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지난달 금강·영산강의 3개 보 해체를 제안하자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부르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13일자 서울경제신문을 보면 기획위는 주먹구구식의 엉터리 분석을 한데다 말까지 계속 바꾸고 있다. 섣부른 결정을 넘어 정권 코드에 맞춰 해체 결정부터 내리고 근거는 꿰맞췄다는 생각이 든다. 기획위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영산강 죽산보의 경우 완전해체와 전면개방 때의 통수면적(물 이동통로의 단면적)이 각각 100%와 91%로 큰 차이가 없다. 보를 전면개방하기만 해도 완전해체 때 물이 흐르는 양의 91%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보 해체로 인한 수질개선 편익이 1,000억원이 넘는다며 해체를 결정했다. 죽산보는 1년간의 모니터링 결과 전면개방했을 때의 수질이 개방 전보다 오히려 나빴다. 그렇다면 기획위는 91%의 강물이 흐를 때는 수질이 나빠지지만 완전해체 후 100% 흐르면 좋아질 것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셈이다. 기획위는 9%포인트 차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적었는지 다른 조사방법을 사용하면 통수면적이 50%까지 늘어난다며 말까지 바꿨다.
기획위가 보 해체 방안을 발표한 뒤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를 전면개방해 모니터링한 시간이 고작 1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비롯해 최종 분석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해체 제안부터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해체 결정의 근거라며 정량화한 분석 데이터까지 내놓았지만 그 누구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금 환경부의 보 처리 결정 과정을 보면 마치 군사작전을 펴는 것 같다. 위에서 떨어진 명령을 받들어 임무를 완수하는 게 목표이다 보니 정작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한다. 4대강에 보를 설치하는 데는 모두 국민 혈세가 들어갔다. 해체하는 데도 똑같이 혈세를 투입해야 된다. 정부는 보 해체를 무엇에 쫓기듯 서두르지만 말고 충분히 분석하고 검토한 뒤 주민 의견까지 반영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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