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아시아나IDT(267850)가 둥지를 튼 서울시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23층. 이곳은 여느 기업의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바로 자율좌석제 ‘스마트 오피스’ 때문이다. 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150여개 좌석 중 자기가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팀장과 팀원의 구분도, 부서별 구분도 없이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업무를 시작한다. 업무에 바짝 몰입해야 하는 날에는 1인실 ‘포커스 룸’이 제격이다. 다트게임기 등이 있는 휴게공간도 직원들에게 인기다.
재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지난해 9월 박세창(사진) 아시아나IDT 사장 취임과 연계해서 보는 시각이 많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금호가(家) 3세인 박 사장이 조직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시아나IDT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4차 산업혁명이 항공 산업의 지형을 크게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박 사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박 사장이 취임 이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역량 강화 및 신사업 확대를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을 추가했고 국내외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사업 확대를 위해 ‘LCC사업팀’도 신설했다. 모두 박 사장이 주도한 작품이다. 회사 측은 “항공 분야 정보기술(IT) 서비스 수요 확대 등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020560) 자금팀 차장으로 금호그룹에 입사했다. 2005년 금호타이어(073240)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옮긴 뒤, 다음 해에는 금호그룹의 전략경영본부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승진해 금호그룹 워크아웃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박 사장은 부친인 박 회장과 그의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불거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섰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세이버를 거쳐 아시아나IDT 대표를 맡았고 회사를 상장시켜 금호그룹의 부채비율을 300%대까지 낮추는 등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시아나IDT 취임 이후 경쟁사 대비 비교적 낮았던 연봉도 올렸다. 직원의 기를 살려주는 게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직원들의 생일을 챙기기도 하는 등 젊은 경영자로서 소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스마트오피스도 그가 주도했다.
다른 재벌 3세와 달리 외부 노출에도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 상무 시절 직접 신제품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선 것이나 아시아나IDT 상장에 앞서 한 달간 기업설명회(IR)를 직접 진행한 사례 등은 그의 개방적 면모를 잘 보여준다. 특히 IR 당시에는 과거 그룹 내 4차산업 태스크포스(TF)를 총괄했던 경험을 강조하며 항공·운송 IT 분야를 모태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규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아시아나IDT는 공모청약 경쟁률도, 상장 초기 주가도 예상보다 저조했다. 하지만 동종업계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 등을 토대로 현재 주가는 공모가(1만5,000원)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기관과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는 등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도 매출 2,440억원, 당기순이익 136억원으로 양호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IDT의 직원들은 달라진 사무실 분위기와 근무환경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다양한 사업 확대를 앞두고 겪는 진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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