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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가중되는 브렉시트 정국] 英 의회, 수정안도 부결....연기 땐 시나리오만 7개

'노딜' 부결로 연기 가능성 높지만

EU 수용 난망...재협상도 어려워

브렉시트 셈법 복잡해 불확실성↑

내각 불신임 투표 단행될 수도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시한을 불과 17일 앞두고 테리사 메이 정부와 유럽연합(EU)이 가까스로 마련한 브렉시트 수정 합의안을 또다시 부결시켰다. 영국 앞에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EU 탈퇴)와 브렉시트 연기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은 상황에서 브렉시트 시한까지 촉박한 현실을 고려할 때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브렉시트 연기가 결정되더라도 유예기간을 정해야 하고 제2 국민투표, 내각 불신임 투표 등 예상 시나리오가 복잡해 불확실성은 한층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하원은 12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의 제2 승인투표 결과 찬성 242표, 반대 391표로 부결시켰다.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의회에서 기록한 패배 중 네 번째로 큰 부결 표차다. 이로써 하원은 13일 저녁(한국시간 14일 새벽) 노딜 브렉시트 여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다. 노딜 브렉시트 안건은 사실상 부결이 확실시되는 만큼 14일 브렉시트 연기 방안을 두고 또 한 차례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는 표결 결과에 낙담하며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경고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수석대표도 영국 하원의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히고 “더 이상 영국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노딜이 결정되면 논란의 핵심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교류가 차단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예상돼 영국 언론은 브렉시트 연기를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브렉시트 연기가 결정되더라도 영국이 풀어야 할 방정식은 더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우선 14일 표결에서 연기가 결정되더라도 27개 EU 회원국 전체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 등 회원국들은 연기에 협조할 뜻을 내비쳤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신뢰할 만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면 연기를 수용할 수 없다고 전제를 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가운데) 영국 총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2차 승인투표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런던=신화연합뉴스


브렉시트 시한을 언제까지 유예할지도 논란거리다. 메이 총리는 앞서 브렉시트를 오는 6월 말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EU는 일단 5월23일부터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 이전까지는 브렉시트를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브렉시트 여부를 재결정할 제2 국민투표 등을 고려해 EU가 탈퇴 시한을 2021년까지 최장 21개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영국 의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EU가 브렉시트 연기에 최종 동의해도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 재표결 △브렉시트 취소 △조기 총선 △국민투표 △EU와 재협상 △내각 불신임 투표 △노딜 브렉시트 등 최대 7가지 옵션을 놓고 고민에 싸일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는 의회 주류의 의견이 아니어서 가능성이 높지 않은 반면 내각 불신임 투표 등은 비교적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브렉시트 시한이 다가올수록 불확실성만 가중되면서 영국의 정국 혼란과 경제적 부담도 앞으로 점차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북아일랜드 중소기업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합의안 부결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며 “기업 활동에 또 다른 결점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영국 엑소더스’에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이날 일본 닛산은 올해 중반부터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 선덜랜드 공장에서 인피니티 모델의 준중형 크로스오버 Q30,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X30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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