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돌아오거나 브렉시트를 포기하라.” (가디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합의안을 두고 영국 의회에서 연이어 패배한 테리사 메이 총리가 ‘합의안 통과’를 위한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 자신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브렉시트 연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정부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오랜 기간 브렉시트를 연기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가 장기화하면 제2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브렉시트 취소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내 강경파들을 겨냥해 합의안 통과를 압박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예상됐던 대로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날 투표에서 하원은 보수당의 캐런라인 스펠먼, 노동당의 잭 드로미 의원이 제출한 ‘어떤 경우에도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찬성 312표, 반대 308표로 4표 차로 통과시켰다.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사라지자 이날 장중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인 파운드당 1.33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표결 결과에 따라 영국 의회는 14일 ‘브렉시트 연기’ 여부를 두고 다시 한번 투표를 진행한다. 메이 총리는 오는 20일로 예고된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데드라인까지 합의안이 통과되면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탈퇴 시점을 6월30일까지 연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14일 함께 상정할 예정이다. 이 결의안에는 만약 합의안이 20일까지 통과되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 연기가 오래 지속될 것이며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브렉시트 연기에 반대 입장을 펼쳤던 메이 총리가 이러한 결의안을 들고 나온 것은 20일 열리는 브렉시트 3차 승인투표를 앞두고 강경론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 카드로 평가된다. 실제로 메이 총리는 “장기화는 올바른 결과가 아니다”라고 직접적으로 강경론자들에게 경고하며 3차 투표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승인투표에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은 반대표 391표 중 75표는 집권 보수당에서 나왔다. 대부분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이들이 자신의 합의안을 지지한다면 의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어 합의안 통과가 가능하다는 게 메이 총리의 계산이다.
연기 여부가 결정되면 EU는 2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이를 논의하게 된다. 외신들은 영국이 요청할 경우 EU가 브렉시트 연기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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