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영장청구서에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공모사실을 적시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신 비서관의 공모사실을 적시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법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10시15분께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장관은 “최선을 다해 설명드리고 재판부 판단을 구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재판정으로 직행했다. 그는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만 보고받고 지시는 안 했다는 입장 그대로인지’ ‘이번 인사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지시받은 게 있는지’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김 전 장관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이 직접 구속영장에 ‘청와대’와의 연관성을 밝혔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신 비서관이 속한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균형인사비서관실은 비경제부처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다. 검찰은 해당 부서가 전 정권 인사를 쫓아내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현 정부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채용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신 비서관은 검찰과 소환 조사 일정을 두고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는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주요 혐의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다. 직권남용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강제로 사표를 받아냈다는 의혹이다. 업무방해는 사표를 받아내 공석이 된 자리에 현 정부가 추천한 인사에게 면접 관련 자료 등을 전달해 채용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를 두고 검찰과 김 전 장관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장관은 검찰의 비공개 소환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1월14일 비위 의혹을 받고 청와대 특감반에서 검찰로 복귀 조치된 뒤 “청와대 윗선에서 민간인 사찰 지시가 있었다”며 청와대를 상대로 폭로전을 펴왔다. 자유한국당도 지난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 같은 폭로와 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1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장관 보고용 폴더’를 발견했다. 폴더에는 한국환경공단 임원들의 개인 비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이 담긴 문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를 다룬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두고 검찰이 이전 정부와 다른 이중잣대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검찰의 수사에 대해 여권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전 정부에서는 노골적인 공무원 축출이 이뤄졌다”며 “당시 검찰은 불법에 눈감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공공기관장 축출 사례를 나열했다. 윤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사퇴 종용과 압박, 표적감사, 기관장 사찰까지 온갖 불법이 자행됐다”며 “(노무현 정부 당시 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 퇴출 때는 감사원뿐만 아니라 배임죄 명목으로 검찰 수사까지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여당도 김 전 장관의 영장심사를 앞두고 “균형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며 법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과 장관의 인사권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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