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를 위하여 경찰측에서 지급해주신 위치추적장치겸 비상호출 스마트 워치가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고(故) 장자연 배우가 숨지기 전 작성한 문건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 동료 배우 윤지오 씨가 지난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직접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윤 씨가 작성한 청와대 청원글은 하루 만인 31일 오후 3시 현재 23만 명 넘는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30일간 20만 명 이상 동의)을 충족하게 됐다.
윤 씨는 청원글에서 지난 밤 수상한 소리와 의심스러운 상황이 반복돼 경찰을 호출했지만 “9시간 39분이 경과하는 동안 아무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무책임한 경찰의 모습에 깊은 절망과 실망감을 뭐라 말하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했다.
윤 씨가 말한 스마트워치는 범죄 피해자와 증인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이 지급하는 장치다. 비상 호출버튼을 누르면 각 지방 경찰청 112상황실에 사건이 자동으로 접수되고 실시간으로 위치 추적에 들어간다. 피해자와 통화가 되지 않는 경우 ‘코드제로(긴급상황)’ 상황으로 분류돼 경찰서에 출동 명령이 떨어진다.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스마트워치는 2017년 기준 모두 2,050대이며 사용자의 92%는 여성이다.
지난 2017년에는 부산의 한 신변보호대상자 여성이 경찰이 준 스마트워치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피습으로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 당시 경찰은 건물 내에서 버튼을 누를 경우 반경(기지국 표시)으로 넓게 표시돼 피해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 씨는 최근 벽과 화장실 천장에서 의심스럽고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이 들린다거나 출입문 잠금장치가 갑자기 고장 나 잠기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상황이 벌어져 결국 30일 오전 5시 55분부터 총 3차례 스마트워치 호출 버튼을 눌렀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에는 문을 열 때 이상한 가스 냄새를 맡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현재 처한 이런 상황이 더 용납되지 않아 경찰 측의 상황 설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며 “앞으로 5대 강력범죄와 보호가 필요한 모든 피해자, 목격자와 증언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 정책을 개선할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썼다.
이어 “현재 신변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국가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인식해 사비로 사설 경호원과 24시간 함께 모든 일정을 소화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윤씨의 주장이 제기된 후 윤씨를 만나 스마트워치를 새로 지급하고 새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윤씨가 보는 앞에서 시연했으며, 기존에 지급했던 기기를 수거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초 호출 11시간이 지나서야 윤 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씨를 만난 자리에서 바로 시험해본 결과 윤씨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기는 정상적으로 작동됐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실제 이 기기에서 3차례 버튼을 누른 기록이 남아 있는데도 112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원인을 파악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씨가 스마트워치로 보호 요청을 했음에도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데 대해 경찰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윤 씨는 이달 초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동료인 장씨가 성추행을 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촉구했고, 이후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2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편 윤 씨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후원금을 받기 위한 스토리펀딩과 비영리단체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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