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주공6단지는 현재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다. 올 5월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 거주자들이 올 상반기에 가장 분양받고 싶어하는 1위 단지다. 이 노른자 아파트 소유자 중 1명이 바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최근 발표된 공직자 재산공개를 보면 호가 13억원 안팎의 전용 82.69㎡를 소유하고 있다. 주공 6단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그의 평소 성향과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의 대표 저서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은 끝났다’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 전용 151.54㎡를 보유하고 있다. 이 단지 역시 재건축 아파트다. 과천이나 삼익 모두 알짜 재건축 단지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한 해 이들 집값은 껑충 뛰었다. 재건축 사업이 완료됐을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된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김 실장과 조 수석의 재건축 아파트 보유는 ‘자연인’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당한 부의 증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참모라는 ‘공인’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부동산=투기’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현 정부의 프레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자들의 부동산 이슈는 사실 여기에서 출발한다. 공직자들이 부동산을 활용해 부를 늘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매년 불거졌던 사안이다. 그런데 올해 더욱 논란이 된 것은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각종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청와대나 정부가 국민들에게는 부동산을 사지 말라고 해놓고 본인들은 정작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했기 때문이다. 실제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고삐 풀린 지대추구 행위”라고 말했다. 주부 부처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얼마나 여론이 나쁜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청와대나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지 모르나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듣는 것은 그 이상이다. 공직자 부동산 논란에 대해 보수와 진보, 서민과 부자를 막론하고 전 계층과 집단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러 단어가 있지만 이를 요약하면 ‘허탈·배신감·분노’ 등 3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지지해온 진보 진영에서는 겉으로는 투기 근절을 외쳤지만 속으로는 부동산으로 부를 증식한 것에 대해 악평을 내놓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입장이다. 서민들은 말 그대로 ‘분노’다.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이중성에 실망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는다며 다주택자뿐 아니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사실상 막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공직자들이 부를 늘렸다는 것에 대해 분개하는 것이다.
실제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적당한 가격대의 매물도 찾기 어렵지만 설혹 마음에 들더라도 대출이 안 된다.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면 중도금 대출도 못 받는다.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그런 상황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른바 돈 많은 현금 부자들이 급급매 매물을 싹쓸이하고 있다. 부동산을 투기로 몰아붙이며 현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으로 서민들도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논란을 보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는 계속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글도 있다. 일부 네티즌은 최근의 논란이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비웃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개발 투자 방식을 배워야 된다는 글도 다수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팠다. 부동산이 끝났다고 외치는 사람이 재건축 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시세차익을 남겨서가 아니라 국민들은 그간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성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lj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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