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이 수년~수십년간 고혈당·고혈압에 노출되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혈관·신경이 손상된다. 콩팥에서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하는 혈관꽈리인 사구체(絲球體)의 기능도 크게 떨어진다. 특히 당뇨병발 만성 콩팥병은 혈액투석을 해도 5년 생존율이 60%, 10년 생존율이 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초기 만성 콩팥병은 증상이 미미하다. 쉽지 않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식이·약물요법 등으로 대부분 완치 가능하다. 콩팥병의 증상은 피로감, 무기력, 집중력 감소, 식욕감퇴, 부종, 아침에 눈이 푸석푸석함, 피부 건조증, 가려움, 잦은 소변 등이다. 단순한 피로 누적으로 생기는 증상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병이 깊어질수록 요독 증상완화를 위해 추가적인 식이요법을 하고 단백질·칼륨·인 등을 콩팥기능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김양균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당뇨병·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초기부터 혈당·혈압관리를 철저히 하고 싱겁고 담백한 음식 먹기, 금연, 꾸준한 운동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단백뇨·혈뇨 등을 포함한 콩팥 기능이상이 있는지 체크하고 이상이 있으면 신장내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콩팥은 체내 수분과 소금의 평형조절, 혈관의 수축·이완을 돕는 호르몬도 생산한다. 콩팥이 고장 나면 소금이 몸 안에 축적돼 체액량이 증가하고 동맥이 수축해 고혈압을 유발한다. 임천규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원인을 모르는 고혈압은 콩팥과 관련이 깊고 혈압이 높은 환자일수록 말기 콩팥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며 “고혈압이 심해지거나 혈압약이 잘 듣지 않을 때, 밤에 혈압이 낮아지지 않을 때는 콩팥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콩팥 합병증 예방·치료 효과가 좋아 고혈압 환자에게 많이 처방되는 안지오텐신 차단제가 콩팥 사구체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고령자, 탈수·콩팥혈관 동맥경화증이 심한 고혈압 환자는 약 복용 및 체내 수분·염분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상태가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치료도 어렵다. 쉽게 구토가 나고 입에서 소변 냄새가 날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면 이미 투석이나 콩팥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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