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5.8% 이상 더 줄일 계획입니다. 국내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의 발생량을 크게 줄이는 노력과 동시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을 때의 대응책도 세분화하는 방안을 짜고 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종합상황실에서 1시간 남짓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어조는 간결했지만 단호했다. 사생결단 식으로 미세먼지에 대응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각종 환경 현안과 관련된 여러 질문에 답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책상 위에 놓인 수십 장의 자료에도 거의 눈길을 주지 않았다. 도시연구소장, NGO 학회장,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등 개발·환경 분야의 전문가로 30년간 쌓아온 다양한 경력이 그대로 배어 나왔다. 미세먼지부터 폐기물 처리, 4대강 보 해체 등 전례 없이 다양해진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져 피곤할 법도 하지만 인터뷰 내내 열정적인 모습으로 본인만의 철학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조 장관은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를 두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달 초 수도권에 역대 최장인 7일 연속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는 점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는 총량으로 보면 과거보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완벽히 구축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경유 차량을 LPG 차나 수소·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올해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확보하고 내년 환경부 예산 중 미세먼지 관련 부분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조 장관은 “경유 사용 대형 화물차를 폐차할 때 최대 400만원을 지원하는 보조금 액수를 늘리고 혜택을 받는 차량 대수도 확대할 것”이라며 “경유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환경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유차 외에 사업장과 발전소 등 핵심 배출원의 미세먼지 배출량도 감축해나갈 것”이라며 “내부 검토에 따르면 2022년까지 사업장 배출을 40% 이상 줄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노후 경유차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로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 도입을 언급했다. 조 장관은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보급계획서의 승인을 받지 않거나 보급실적을 제출하지 않은 업체를 넘어서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한 곳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저공해자동차 보급제’라는 명칭으로 제작사 및 수입사 등에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차 판매를 장려하던 제도를 사실상 의무제에 가깝게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까지 40만~50만대의 수소·전기차가 시중에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기존 저공해 차 보급제도는 3년간 연평균 자동차 판매 수량이 3,000대 이상인 국내·수입 업체를 대상으로 수도권 내 저공해 차 보급 목표를 설정해주는 데 그쳤다. 목표 미달성에 관한 별다른 벌칙 조항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의 저공해 자동차를 생산하게 할 강제성이 없었다. 저공해 차는 총 3단계로 분류된다. 1종에는 전기·수소차 등 대기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차량이 속한다. 2종은 하이브리드 차량, 3종은 휘발유·가스·경유차 중 저공해 자동차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하는 차를 뜻한다.
해당 제도는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관련법(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한 차례 변화가 이뤄졌다. 저공해 자동차의 보급 목표만 설정했던 것을 무공해차(수소·전기차) 보급 목표를 별도로 정하고 적용범위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조 장관의 구상은 이 제도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친환경 차의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중국 등은 자동차판매사에 전체 차량 판매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친환경 차로 판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는 “기업의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친환경 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업이 경쟁적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이 궤도에 오를 경우 정부의 개입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공공기관 차량운행 제한에 대해 “3일 이상 고농도 일수가 지속되면 긴급·필수차량 및 전기·수소차 등을 제외한 관용·공용차량의 운행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강화된 비상저감조치는 이달 모의시험을 거쳐 개선사항을 검토한 뒤 곧바로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미세먼지 관련 8개 법안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회를 통과한 미세먼지 관련 대책 법안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며 “올해 추경 예산을 확보하고 앞으로 미세먼지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려나간다면 내년에는 미세먼지를 올해보다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국내 폐기물 처리 방안 역시 미세먼지만큼이나 역점을 두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 쓰레기 대란이 불거졌고 최근에는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도 논란이 됐다. 조 장관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소비-재활용’ 전 과정에서 자원 순환성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을 우선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정책부터 만들어 놓고 이를 시장에 강제하는 방식은 쓰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업체와 협약을 체결해 정책 효과를 확인하고 추후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대형마트·슈퍼마켓 등에서 1회용 비닐 사용을 금지하기 전 대형 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이마트 등 5개 대형마트, 2개 제과점과 비닐봉투 감량 협약을 맺은 후 실질적인 비닐봉투 사용 감축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비규제 대상 1회용품인 플라스틱 빨대와 컵 뚜껑, 1회용 건전지 등의 사용을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 장관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거쳐 올해 상반기 내에 1회용품 규제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대체재가 있는 1회용품은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신고제였던 폐플라스틱 수출은 허가제로 변경한다. 전국에 120만톤으로 추정되는 불법 방치 폐기물 역시 2022년까지 모두 없앤다. 그는 “높은 처리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 폐기물 처리 등이 늘어났고 이를 적절히 억제하지 못했다”며 “폐기물 처리 용량을 늘리고 방치폐기물은 예방하는 등 폐기물 관리 제도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4대강 보 해체 관련 질문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정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던 만큼 보 해체를 성급하게 진행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보 해체에 따른 농업용수 부족을 염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모든 핵심 논란은 성급한 결정·추진에서 나왔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처리방안을 결정할 때 의견수렴 및 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철저히 진행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역설했다. /정리=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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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고,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학사 △서울대 환경계획학 석사 △영국 서식스대 도시·지역학 석·박사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계간 ‘환경과 생명’ 편집인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환경정의 공동대표 △한국NGO학회장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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