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리페(Tenerife)는 면적이 2,034㎢로 제주도보다 조금 더 크다. 7개의 섬으로 이뤄진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내 최대의 섬이다. 스페인 본토에서 1,000㎞ 넘게 떨어져 있지만 아프리카 모로코와는 불과 115㎞ 거리에 있어 두 대륙의 문화가 교차한다. 연중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를 웃돌아 ‘영원한 봄의 섬’으로도 불린다. 유럽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곳은 ‘윤식당 2호점’ ‘원나잇 푸드트립’ 등 국내 TV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돼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섬 북부엔 테네리페 노르테 공항이, 남부엔 테네리페 수르 공항이 있다. 이베리아·영국·네덜란드·루프트한자·카타르 항공 등이 경유편을 운항하고 있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런던·암스테르담·뮌헨을 거쳐 이동하는 게 일반적인데 거리가 먼 만큼 25~30시간이 소요된다. 운임은 대략 100만~170만원 사이로 형성된다.
테네리페에선 매년 1~2월 중순 한달간 카니발 축제가 열리는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축제에 버금가는 규모와 인기를 자랑하는 게 테네리페 카니발 축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입소문을 탄 축제가 테네리페의 주도 산타크루즈에서 벌어진다. 산타크루즈엔 91만 명 가량 되는 섬 전체 인구의 24% 정도가 거주,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축제를 즐기고자 숱한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항공·호텔 요금이 훌쩍 치솟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카니발 퀸 선발대회’가 백미로 꼽히는 가운데 그칠 줄 모르는 퍼레이드는 도시 전체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다. 이벤트 기간 내내 거리 곳곳에서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디제잉과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참여 행사가 열린다. 시내를 관통하는 트램이 있어 편리한 관광을 돕기도 한다.
섬 중앙엔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테이데 봉(El Teide)이 우뚝 솟아있다. 해발고도 3,718m인 이 봉우리는 많은 이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탑승 10분 만에 1,200m까지 오르기 때문에 고산증을 호소할 수도 있지만 이를 배려해 중턱에 휴게소가 마련돼 있다. 정상에선 각종 유황 가스가 새어나와 활화산의 정체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테이데 봉을 위주로 국립공원이 들어서 있다. 주변이 온통 기기괴괴한 화산 지형인데 마치 다른 행성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고도가 높은 만큼 온도 역시 무척 낮다. 걸칠 옷을 따로 챙겨야 한다.
윤식당2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가라치코(Garachico). 조금 높은 산등성이만 올라도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어디든 걸어갈 수 있는 작은 곳이다. 인구 밀도는 ㎢당 180명으로 한산한 편으로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마을이 1706년 화산 폭발로 주민들이 몰살당하고 애써 닦아놓은 삶의 터전이 파괴됐다.
그렇지만 거대한 재앙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유적도 있다. 16세기 축조된 산미구엘 성(Castillo de San Miguel)이 그것이다. 당시 주위 바다를 주름잡던 해적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고자 지었는데 가라치코의 상징으로 불린다. 스페인 조각가 마르틴 드 안두하르가 깎아낸 십자가가 봉헌돼 있다.
바로 옆엔 화산 분출로 생성된 엘 칼레톤이 있다. 용암이 흘러내려 바닷물을 만나 급격히 식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천연 수영장으로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많은 이들이 찾는다. 섬의 모든 것을 파괴 시킨 비극이 빚어낸 아이러니다. /김태원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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