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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4월16일일뿐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5년 전 오늘 아들 준형군을 잃은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애써 무덤덤하게 말했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진도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 묻은 부모들과 생존자들은 기억하기 싫지만 기억해야 하는 날을 맞았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본지는 장 위원장, 생존자 김성묵씨, 안순호 416연대 상임대표 등을 만나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장 위원장은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처벌받은 공직자들이 없다”며 “‘5년이나 지났는데 지겹다’거나 ‘자식들로 시체팔이한다’는 모욕도 들으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무거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을 기리기 위해 머리카락까지 노랗게 물들인 그는 “나중에 준형이를 만나면 ‘아빠가 너와 친구들을 위해 이런 것까지 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학생들을 끝까지 구하다 마지막으로 배를 탈출한 김씨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책임’을 강조했다. 김씨는 “책임져야 할 공직자들의 공소시효가 대부분 종료돼 세월호 5주기가 두렵다”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력을 쥔 사람들이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하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담’ 간담회에 참석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장 위원장은 “당의 공식 행사인데 끝까지 있어야 했던 것 아니냐”며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을 꼭 끝까지 보고 가달라고 발언문에서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더 이상 청와대와 국회만 바라보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먼저 세월호 사건 등을 조사하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 의뢰를 받을 수 있는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 중앙지검·동부지검 등 지역별로 갈라진 세월호 수사를 앞으로 특수단에 모으는 방법이다. 416연대 등은 정치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안 상임대표는 “특수단 설치 외에도 세월호 책임자 명단을 정리해 발표하고 국민고발운동을 진행해 직접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반드시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생존자들이 유가족들에게 갖는 미안함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존 학생들이 자신과 친했던 친구의 유가족을 두려워하고 피하는데 그들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도 “지금 혼자 힘들어하는 생존자들이 많은데 나 역시 활동을 안 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의욕적이다”며 “혼자 감내하려고 하지 말고 친구처럼 찾아와 얘기 나누고 차 한잔 마시기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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