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장 위원장과 김성묵 세월호 참사 생존자, 안순호 416연대 상임대표는 세월호 5주기를 맞은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 약속 못 지켰다…이젠 능동적으로 움직일 것”=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끝까지 구하다가 마지막으로 배를 탈출한 김성묵씨는 세월호 5주기가 두렵다고 한다.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공직자들의 공소시효가 대부분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이 회의 때 세월호에 대해 한마디씩이라도 해주면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며 “권력을 쥔 사람들인데 그걸 안 해줘서 아쉽고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장 위원장과 김씨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담’ 정책대담회에 참석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행사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장 위원장은 “당 공식행사인데 끝까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을 꼭 끝까지 보고 가달라고 발언문에서도 강조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을 만들고 바꾸는 건 국회밖에 없으니 내 편이 국회에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밉지만 같이 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민주당과 세월호 피해자들은 서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돕겠다고 약속할 때마다 매번 흐지부지해지고 ‘이게 최선’이라고 해명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우리도 법을 만들고 바꾸려면 그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청와대와 국회만 더 이상 바라보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장 위원장은 “(문 정부 들어) 여러 의문들이 밝혀진 점이 있더라도 세월호 책임자들이 처벌 받는 것이 진상규명의 끝”이라며 “문 대통령이 두 번씩 진상규명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앞으로 유가족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 하나로 세월호 유가족 및 생존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하고 책임자들을 직접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먼저 세월호 사건 등을 조사하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수사의뢰를 받을 수 있는 특수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 중앙지검·동부지검 등 지역별로 갈라졌던 세월호 관련 수사를 앞으로 특수단을 통해 한곳에 모으는 방법이다. 장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하나의 사건인 만큼 일관성 있게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특수단 설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5년 동안 조사권만 가진 특별조사위 활동하는 것에 분명한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유가족 및 생존자들은 국회발 특별검사를 꾸리려 시도하는 것보다 특수단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발동하려면 국회 협의 자체가 어렵고, 특검 기간이 기껏해야 3개월 이상이기 때문에 기소까지 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앞서 수사를 해놓는 것과 달리 단순 조사만 하다가 특검을 꾸리면 3개월 만에 수사를 끝내고 기소를 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416연대 등은 정치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행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상임대표는 “특수단 설치를 요구하는 한편, 세월호 책임자 명단을 정리해 발표하고 국민고발운동을 진행해 416연대가 직접 검찰에 가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15일 416연대 및 가족협의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17명의 세월호 참사 책임자 명단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생존자가 왜 고개 떨구나…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따로”= 특히 장 위원장은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만 생존자들이 유가족들에게 갖는 미안함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생존자가 대신 책임을 지려고 한다”며 “생존자 학생들이 자신과 친했던 친구의 유가족을 두려워하고 피하는데, 그들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처벌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 위원장은 나중에 아들을 위해서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그는 “내가 죽어서 아들을 만날 때를 생각하니까 더 크게 행동하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희생자들한테도 그렇지만 생존학생들한테도 너무 미안하다”며 “생존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고맙고 대견하다.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생존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지금 혼자 힘들어 하는 생존자들이 많은데 나 역시 활동을 안 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의욕적이게 됐다”며 “혼자 감내하려고 하지 말고 꼭 진상규명 활동이 아니더라도 친구처럼 찾아와 얘기 나누고 차 한 잔 마시기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산전수전을 겪어 단단해졌지만 지금도 트라우마가 밀려올 때면 단숨에 무너진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합창단과 연극단 등을 하고, 또 진상규명 활동을 하며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 눈앞에서 사람들이 바닷속에 잠겨가는 모습을 본 생존자들에게 트라우마는 자꾸 눌러도 발현되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그저 보통 감정들로 트라우마를 감싸줄 뿐 트라우마는 아무 때나 보통감정을 갑자기 뚫고 나온다”며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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