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잔디에 빈 배달음식 용기가 나뒹굴었다. 바닥에 버려진 치킨이나 피자, 술병과 맥주캔도 심심찮게 보였다. 한 시간 전만 해도 커플이 앉아 있던 돗자리는 주인 없이 덩그러니 놓였다. 4일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가 끝난 뒤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의 모습이다. 잠실 한강공원은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의 관람 명소로 알려진 장소 중 하나로, 연휴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이날 낮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쓰레기 무단투기 절대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무색하게 쓰레기는 공원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그 중에서도 다수의 시민들이 앉아 있던 잔디에 특히 많았다. 일회용 젓가락에서부터 음식물까지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일회용 그릇을 돗자리 위에 두고 자리를 뜬 이들도 있었다. 불꽃축제 후 시민 한정은(28)씨는 “시민의식이 아직 성숙하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며 공원에 남아 잔디 위 쓰레기를 주웠다.
강 바로 옆 공간에도 관람객들이 다녀간 흔적이 여실했다. 플라스틱 병과 종이컵이 담긴 비닐은 금방이라도 물에 빠질 것처럼 흔들렸다. 시민들이 깔고 앉았던 박스와 신문지도 물가에서 위태롭게 펄럭거렸다. 이미 강에 빠져 둥둥 떠다니는 맥주캔도 눈에 띄었다. 불꽃축제 이후 시민들이 처리하지 않고 간 쓰레기는 지상뿐만 아니라 물도 오염시키고 있었다.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잠실 한강공원 곳곳에는 대형 쓰레기통이 설치됐지만 모든 쓰레기를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쓰레기통 옆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일회용컵, 국물이 담긴 컵라면 그릇, 과자봉지 등이 산처럼 쌓였다. 이날 아이들을 데리고 불꽃축제를 보러 온 박호형(55)씨는 “조금만 걸어가면 다른 쓰레기통이 있지만 그 쓰레기통도 가득 찬 건 마찬가지”라며 “여기(쓰레기통 옆) 두고 가면 치우시는 분들이 잘 처리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임유미(32)씨는 “쓰레기통에 공간이 없으니 쓰레기를 그 옆에 놔둘 수밖에 없다”며 “오늘처럼 많은 사람이 공원에 오는 날에는 쓰레기통이 더 많이 비치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반쓰레기를 넣게 돼 있는 쓰레기통에는 플라스틱 물병이, 재활용 쓰레기통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가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쓰레기통을 종류별로 구분하는 팻말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쓰레기를 던져 넣기도 했다. 공원 인근에 거주한다는 최모(42)씨는 “오늘이 지나고 이 지역 담당 환경미화원들이 얼마나 고생할지 눈에 선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쓰레기 관련 문제는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사안인 만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행사의 상업적 측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경을 해치지 않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정부·지자체·행사 주최 측에서 환경적인 부분을 관리할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는 저녁 8시부터 8시40분께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일대에서 100만명 넘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진행됐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