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대선 당시)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그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2·3·4면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답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적정선을 찾아서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경제계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비해서 속도조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2년에 걸쳐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됐고 그것이 또 긍정적인 작용이 많은 반면, 한편으로 부담을 주는 그런 부분들도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점을 감안해 우리 경제가 수용할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사회안전망 등 대책이 병행됐다면 어려움을 덜 수 있었을 텐데 국회 입법 과정 때문에 시차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 어려운 점이기도 하고, 당사자들에겐 정부로서 참으로 송구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비메모리 전략 발표를 위해 삼성전자를 찾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서는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분야 133조원을 투자하는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며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벤처기업 누구든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가 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또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에 대해 “오늘 북한이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를 했다”며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경고’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비록 단거리라도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미국과 한국 양측에 일종의 시위성 성격이 있지 않나 판단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청와대의 잇따른 내각 인사검증 실패와 관련해서는 “인사 실패, 더 심하게 참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 결과가 확정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文 “재벌 만나면 친재벌인가...경제 도움되면 누구라도 만날 것”
■경제분야
노인 위한 나쁜 일자리라도 없는것 보단 나아
소주성, 보완책과 시차 있어 어려움 있었다
메모리반도체 이후 신성장동력 마련 안돼
바이오헬스·미래형자동차에 역량 집중할것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이 되겠나”라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 TV인터뷰에서 최근 삼성전자 국내 공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삼성이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해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며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곳이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누구든 만나고 방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재벌·친노동 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이번 방문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재판은 재판이고 경영은 경영, 경제는 경제”라고 선을 그었다.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탄생했다. 최근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대(전년 대비)로 늘어난 것에 대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정부 주도 초단기 일자리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문 대통령은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며 “계속 관련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 중이고 어르신에게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는 불가능하다”며 “노인들에게 짧은 일자리라도 마련해주는 것이 그나마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전히 복지 대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040세대와 제조업 일자리는 줄고 고령층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는 경제계의 비판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청년 실업률에 대해 문 대통령은 “2·3월 청년 고용률이 높아지고 실업률도 낮아졌다”면서도 “물론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혁신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 한편으로는 소방관과 경찰 수가 아직 부족하고 사회 서비스 일자리도 부족하다. 그런 분야의 일자리를 더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고용목표를 확대할 뜻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15만명으로 잡았는데 지금은 20만명 정도로 상향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국회에서 통과되면 목표 달성이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취업자 증가 목표치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고용시장 내에 있는 사람은 급여가 좋아졌지만 고용시장 바깥에 있는 자영업자, 가장 아래층에 있는 노동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것을 함께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원인으로 소주성과 보완대책이 함께 진행되지 못한 것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는 자영업 대책,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이 동시에 시행됐으면 좋았을 텐데 시차가 생겨 어려움이 있었다. 참으로 정부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향후 경제정책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기존의 메모리반도체 이후로는 신성장동력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우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새 산업을 통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며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혁신성장이다. 가장 시급하게 역량을 쏟을 곳은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형자동차 등”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제조업 혁신을 통해 다시 제조업 강국 위상을 굳건하게 하고 제2의 벤처붐을 지난해보다 더 크게 일으키며 그것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찾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주52시간 근로제가 종업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하고 충분한 계도기간을 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버스노조가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반발해 파업을 결의한 것에 대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공용제나 준공영제로 이미 52시간이 시행되고 있다”며 “다만 경기도는 시외버스가 주 52시간이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을 하려면 새 버스기사를 채용해야 하고 그러자면 요금 인상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에 대한 해결방안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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