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보복조치를 언급하며 즉각 경고하고 나섰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미 행정부는 이날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 2,000억 달러(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5,700여개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은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진행 중에 이뤄졌다. 관세 인상 대상은 지난해 9월 10% 관세 부과가 시작된 중국산 수입품이다.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컴퓨터·부품, 휴대전화·통신장비, 가구, 자동차 부품, 의류, 장난감 등 광범위한 소비재를 망라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2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총 2,500억 달러가 됐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7월 340억 달러, 8월 16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이때는 반도체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그램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한 제품들이 포함됐다.
미국은 이어 9월부터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10% 관세를 매기면서 이 관세율을 올해 1월부터 25%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미·중 양국이 협상을 이어가면서 인상 시점은 여러 차례 연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말 ‘90일 휴전’에 합의하면서 관세율 인상은 3월로 미뤄졌고, 이후 고위급 협상이 진전되면서는 무기한 보류됐다. 그러나 봉합 국면에 들어섰던 협상이 급격하게 냉각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결정을 트위터로 알린 이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미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차례로 이날부터 인상을 공지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징수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미 연방정부 관보에 따르면 10일 0시 1분 이전에 중국을 떠난 제품은 관세 인상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통상 미국에 들어오는 데 3∼4주가 걸리므로 그만큼 미·중 협상단은 그만큼 시간을 번 셈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관세율을 인상하기로 예고한 10일 오전 0시 1분이 지나자마자 “중국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경기자·신화인턴기자 seoul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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