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의 런정페이(74) 회장이 18일 미국의 화웨이 견제 움직임에 대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자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런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안보상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처음으로 광둥성 선전 본사에서 도쿄, 아사히, 닛케이 신문 등 일부 일본 언론매체와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조치에 대해 “화웨이는 법률에 저촉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며 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 정비 분야에서 미국이 요청해도 갈 생각이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향후 대응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문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ZTE(中興通訊·중싱통신) 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통신 대기업인 ZTE는 작년 4월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미 당국의 수출 규제로 핵심 부품인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해 경영위기에 빠진 뒤 거액의 제재금을 내고 경영진 교체와 미국 감시팀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미국의 화웨이 배제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 “한정적이지만 양질의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매출 신장이 연간 2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 실적 악화를 예상했다. 런 회장은 올해 1·4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지만 미·중 무역마찰의 격화로 4월 들어서는 25%로 떨어졌다고 했다. 미국의 규제가 더해져 연간 증가폭은 20% 이상을 넘지 못해 작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기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감세를 한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추어올렸지만 “오늘은 한 나라를 위협하고, 다음은 다른 나라를 협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미국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무릅쓰겠는가”라며 관세 카드를 남발하며 다른 나라를 무차별적으로 압박하는 트럼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금지 조치로 반도체 등 고성능 부품의 조달처를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며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비해 왔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런 회장은 2015년쯤 전부터 배제 움직임이 보여 미국과 싸워야 한다는 예감을 갖고 조용히 준비해 왔다면서 자사 생산 및 미국 밖에서의 조달 능력을 강화해 왔음을 시사했다.
런 회장은 도요타자동차 퇴직자를 영입해 품질관리 노하우를 배웠다고 소개하고 일본 기업과는 상호보완성이 매우 강한 만큼 협력 관계를 한층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런 회장이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본 매체를 불러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화웨이는 일본 기업에서 스마트폰 부품 등을 올해 기준으로 약 7,000억엔(약 7조원)어치를 수입한다.
미국의 규제 강화로 화웨이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런 회장은 “일본 기업과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며 제품공급망 분야에서 일본 기업과의 관계 강화에 기대를 걸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런 회장은 미국 요청으로 캐나다 당국이 체포한 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근황에 대해서는 “연금돼 있는 상태지만 차분하게 박사 학위 취득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