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씨의 사망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에 대해 13개월간 재조사가 이뤄졌지만 핵심인 성접대 강요는 재수사 권고 대상에서 제외돼 ‘빈손’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명 ‘장자연 리스트’ 실물을 확보하지 못해 문건 작성자나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재한 문건인지 진상규명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관련된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진상조사단의 최종 결론이다.
진상조사단은 재조사를 통해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씨의 술접대 강요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됐지만 성접대나 성폭행이 있었는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또 강간 등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돼 재수사 권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가 이와 관련해 이종걸 의원의 명예훼손 재판에서 “장씨를 비롯한 직원들을 폭행한 적이 없다” “‘조선일보 방 사장’을 모른다”고 허위로 증언한 사실에 대해서만 수사가 권고됐다.
부실수사와 언론사 외압 행사를 확인한 성과도 있었다. 박준영 위원은 “장씨에 대한 유력 인사들의 술접대 강요 피해가 인정되나 당시 김씨에 대한 협박이나 강요 미수 혐의 수사가 미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거론된 성접대 인사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조선일보 측의 단체 위력 행사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됐다.
조사단은 13개월에 걸쳐 80명이 넘는 참고인을 조사했음에도 공소시효, 증거부족 문제 등으로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박 위원은 “당시 수사 경찰이나 검사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수사기록이 모두 누락돼 있다”며 “수사기관의 의도적 증거 은폐가 의심될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조사단은 증거 누락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는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과거사위는 김씨에 대한 위증 혐의 수사 권고와 함께 디지털 증거 원본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수사기관 증거 은폐 처벌법 추진 등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
배우였던 장씨는 지난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검경 수사에서 장씨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기소됐을 뿐 성상납 의혹을 받던 이들에게는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았으나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조사가 마무리됐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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