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억만장자 사업가’ 탄생하는 등 파워 막강
기부금 빼돌리는 등 ‘이름값’ 악용사례 점점 늘어
최근 미국의 한 인플루언서가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억만장자 명단의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1억명이 훌쩍 넘는 뷰티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 1997년생인 제너는 온라인상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회사 ‘카일리 코스메틱’을 만들어 이듬해 6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불과 21세의 나이에 1조원대의 자산가가 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인플루언서의 파워는 때로 스타 연예인을 누를 정도로 막강하다. 이들의 영향력이 소비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제너와 같은 억만장자 사업가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실제 미국의 소비자 중 약 40%는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 산업이 광고 마케팅 등과 결합해 기존의 산업을 압도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마케팅 채널의 하나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 홍보부터 제품 개발 협업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미국 마케팅기업 미디어킥스에 따르면 소셜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16년 25억달러에서 오는 2020년 1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토모슨의 조사 결과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300개 넘게 등장했고 이 중 100여곳은 총 8,5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임블리 사태’처럼 해외에서도 유명 인플루언서의 추락 사례는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호주의 유명 인플루언서 벨 깁슨은 말기 암에 걸렸다고 팔로어들을 속이고 암 치료를 위한 건강관리법과 식이요법을 담은 책과 앱을 만들어 큰돈을 벌었다가 최근 사기 행각으로 호주 당국에 고소를 당했다. 깁슨은 자선단체 기부를 약속하고 팔로어들에게 모은 기부금도 따로 챙긴 것으로 알려져 분노를 사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허위 정보를 유통하고 심지어 가짜 팔로어를 늘리는 사례는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플루언서 마케팅 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신시장으로서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PR 회사 JIN의 아만다 트란 전무는 “2014년 영국의 온라인 블로거인 캐리 하우드가 데일리메일에 ‘블로그인들은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무료로 받고 있는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기고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플루언서의 자정노력과 정부의 규제, 인플루언서와 함께 일하는 브랜드의 투명성 제고 노력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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