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년 만에 다시 1,000만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 경기 변동성이 커지며 암호화폐 투자 유입이 커지고 있는 한편 글로벌 기업들이 암호화폐 결제 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 강화를 위해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할 수 있어 해외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가 흘러올지를 두고 회의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27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2시 기준 1,030만원으로 전날 대비 약 7% 상승했다.
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지난해 초 2,000만원선도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같은 해 2월 급락한 뒤 5월 들어 1,000만원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올 초 400만원 밑으로 다시 급락한 뒤 지지부진하다 이달부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이날 1,000만원을 상회했다.
최근의 ‘가격 릴레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결제를 용이하게 하는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해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JP모건체이스가 자체 암호화폐인 ‘JPM 코인’을 발행했으며 페이스북도 내년 직접 암호화폐를 발행해 이 코인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비트코인이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월가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는 지난주 일제히 하락했다. 실제 비트코인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시장은 여전히 잠잠한 분위기다.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원화를 통해 거래된 비트코인 규모는 전체 거래량 가운데 약 2.4%에 불과했다. 달러화와 엔화의 비중이 9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투기 논란과 가격 폭락으로 인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워낙 커 가격 상승에도 다시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 오히려 ‘찬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부터 시행 중인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고 법제화를 통해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의 유효기간이 올 7월 초까지인 만큼 관련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으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제 의원 측의 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금융회사와 동일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및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신고 의무를 담았으며 김 의원 측의 개정안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거래소를 운영하다 적발될 경우 징역 최대 5년형을 받도록 규정했다. 암호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면 금융사 수준으로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거래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 시장이 냉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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