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조금씩 앞당겨 찾아오는 무더위는 사람의 입맛도 바꿔버린다. 수박 같은 여름철 ‘전통의 강자’ 못지않게 최근에는 아열대 과일이 인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남아 국가에서나 재배됐던 아열대 작물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온다는 점이다. 아열대 작물은 채소(12종)와 과수(8종)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서형호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지난 2008년 처음 아열대 작물 연구를 시작할 때보다 재배 면적이 7.8배가량 늘었다”면서 “활용도 증가 등 소비 행태를 감안하면 수요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소12종·과수 8종 등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 10년새 7.8배가량 늘어
길어지는 더위에 한국인 입맛도 변해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온난화의 여파로 아열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상한선(한계 가능지역)이 점차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은 지난 2013년 37만2,000㎡였던 데서 올해 초 116만8,000㎡로 4년 만에 세 배 넘게 확장됐다.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도 제주가 90가구인 것을 비롯해 전남 83가구, 경남 56가구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도 39가구가 있다. 아직 경기권은 하우스 재배가 대부분이지만 10~20년 전만 해도 경기도에서 망고·파파야를 재배하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소비자들이 아열대 과일을 예전에 비해 자주 접하다 보니 수요도, 수입량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아열대 과일 수입 규모는 2013년 42만9,000톤에서 2017년 56만톤으로 늘었다. 특히 망고 수입량은 같은 기간 6,100톤에서 1만3,400톤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아보카도는 700톤에서 5,900톤으로 늘었다.
지자체들도 지역 기후에 맞는 아열대 작물 재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충북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등 고온성 작목을 신소득 특화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충북의 평균 기온은 지난 45년간 0.83도 상승했으며 앞으로도 여름은 더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는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충북은 오는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종합적인 기후변화 대응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온난화를 활용한 아열대 작물 육성과 함께 온난화에 순응한 기존 작물의 생산성 향상에 나서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충북도 내 아열대 농장을 연결하고 농촌 관광자원을 융합시킨 아열대 루트 지정,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단지 개념의 아열대 벨트 조성까지 계획하고 있다. /세종=한재영기자 청주=박희윤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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