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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분할 주총 통과] 노조 기습점거에 회사는 ‘엔테베 작전’

31일 현대중공업 관계자가 당초 주주총회를 열려고 했던 울산 한마음회관 앞에서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장소가 변경됐다고 알리고 있다./장지승기자




지난 27일 울산지법이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한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주총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날 오후 2시30분께 노조원들이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본관건물로 들이닥쳤다.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돌로 유리를 부수고, 계란을 던지며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대치는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진입 시도 30여 분만인 한 조합원 간부가 “동지 여러분, 한마음회관을 성공적으로 점거했습니다”는 말 한마디에 조합원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입구를 막던 회사 관계자들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같은 시간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한마음회관엔 경비 20여명만이 있었다. 본관과 별도로 1,000명가량의 조합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회관은 10분여만에 점거됐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회사 본관을 막느라 정신 없는 사이 당했다”고 말했다. 노조의 ‘성동격서’ 전술에 주주총회장을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내줬다.

절치부심한 회사는 성공적인 주주총회를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방법은 주주총회장을 바꾸는 것으로 법원 판례도 참고했다. 노조도 이를 알고 있었다. 주총 하루 전인 30일 노조는 울산대학교 앞에 집회신고까지 냈다. 실제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 장소까지 정확히 알아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효력을 발생하는 오전 8시부터 회사는 한마음회관 앞에서 여러차례 진입을 시도하면서 장소 이동 명분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회관과 직선거리 400m에 불과한 본사 정문을 차량을 틀어 막으면서 기자의 접근까지 막았다. 파업으로 조합원들이 공장 밖에 있는 점을 이용한 작전이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새 주주총회 장소가 본사 안 실내체육관이란 정보가 흘러나왔다. 전날 문수체육관일 것이란 정보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주총장소는 노조가 처음 알아낸 울산대학교 체육관이었다. 장소는 그대로였지만 여러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시선이 분산됐다.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1976년 인질 100여 명을 구출했던 엔테베 작전과 많이 닮았다.

오전 10시30분께 새 주총장소 공지가 나왔다. 11시10분으로 이동시간까지 고려됐지만, 당시 울산대학교엔 조합원이 없었다. 회사 측이 새 주총장을 정리해 놓은 상태로 한마음회관에서 달려온 노조의 진입 시도가 있었지만 주총은 열릴 수 있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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