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나 검사·법관 등이 수사나 재판에서 진실이나 사법정의를 외면한 채 수사·기소·판결한 경우 처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자의적 해석에 따른 법의 왜곡 적용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등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주광덕(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곧 대표발의한다. 대상은 경찰공무원이나 검사·법관 등 범죄 수사나 재판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공무원. 이들이 해당 직무 과정에서 법을 왜곡해 당사자를 유리하게 하거나 불리하게 한 때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른바 ‘법 왜곡죄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법관·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 처리에 있어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반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든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는 같은 당 소속이던 고(故)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추진하던 법안이기도 하다.
다만 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그 대상을 경찰로 확대하고 처벌 수위도 한층 높였다. 대상 확대와 처벌 강화를 통해 경찰·검찰·법원의 자의적 법 적용행위를 막아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법 왜곡죄는 독일이나 러시아·덴마크·중국 등지에서는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이다. 독일의 경우 1851년 프로이센제국 형법 314조에 법 왜곡죄 조항을 담았다. 현재도 형법 제339조에 법 왜곡죄를 범한 때 1년 이상, 1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형법 300조·305조, 또 덴마크는 형법 146조에 ‘만약 사인(私人) 간의 법적 권리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사안에 있어 결정을 하는 사법권 또는 그 밖의 공권력을 부여받은 자가 부정의하게 그 사안을 결정하거나 조사한 경우에는 6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고 못 박았다.
주 의원은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보다 업무상 법을 왜곡했을 때 일반 직권남용보다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전반적 의견”이라며 “법적 비난은 물론 죄질도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의 경우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측면에서 법 왜곡죄 대상 명단에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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