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안쪽 버디 퍼트를 놓치며 고개를 숙였지만 얼마 뒤 10m 버디 퍼트를 넣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티샷부터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까지 흔들려 더블보기를 적을 때도 있었지만 바로 다음 홀에서 먼 거리 버디로 다시 일어섰다.
‘장타 여왕’ 박성현(26·솔레어)이 급경사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2언더파 성적표를 꽉 움켜쥐었다. 메이저대회 2연패를 향해 순조롭게 출발한 것이다. 21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GC(파72)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85만달러) 1라운드에서 박성현은 버디 4개와 더블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4언더파 단독선두 해나 그린(호주)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다. 김인경, 양희영,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같은 순위다.
LPGA 투어 3년 차 박성현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지난해 이 대회 마지막 날 16번홀에서 물 가까이에 걸친 볼을 걷어 올려 파를 지켰고 연장 끝에 우승했다. 올 시즌은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일찌감치 시즌 첫 승이자 통산 6승째를 올린 뒤 최근 다소 주춤한 분위기였다.
9번홀(파4)에서 티샷이 출발부터 왼쪽으로 당겨져 벙커에 빠졌지만 파를 지켜낸 박성현은 10번홀(파4)에서 탄식을 내뱉었다. 내리막 경사에서 163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핀 1m 안쪽에 붙여놓았지만 스트로크가 조금 강해 홀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박성현은 공동 선두가 될 기회를 놓쳤지만 13번홀(파3·195야드)에서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핀 앞 10m 버디 퍼트가 들어간 것이다. 3언더파 공동 선두가 된 박성현은 짧은 파4의 14번홀에서 티샷을 왼쪽으로 치고 그린 주변의 네 번째 샷마저 실수하는 바람에 2타를 잃었지만 15번홀(파5)에서 바로 7m 버디를 떨어뜨렸다. 페어웨이 오른편이 호수고 왼쪽은 개울이라 가장 어려운 16번홀(파4)에서도 어렵지 않게 파를 적었다. 경기 내내 굵은 비가 오락가락했는데도 박성현은 드라이버 샷으로 평균 269야드를 보냈다. 세계랭킹 4위의 그는 시즌 첫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52위, 두 번째 메이저 US 여자오픈에서 공동 12위를 했다.
경기 후 박성현은 “퍼트와 그린 주변 칩샷이 잘됐다. 코스가 길어 거리가 많이 나가는 선수에게 유리하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자신감을 가질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지 않은 오전에 경기한 김효주는 버디 4개, 보기 1개의 3언더파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공동 2위에 올랐다.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는 깊고 억세며 벙커가 108개나 돼 어려운 코스인데 김효주는 페어웨이를 단 두 번만 놓쳤고 벙커에 빠뜨려도 타수를 잃지 않았다. 김효주는 “비와 동반하는 천둥·번개를 만나지 않으려고 빨리빨리 쳤다. 어려운 코스라 방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이어간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했다.
US 여자오픈 챔피언인 상금 1위 이정은은 1오버파 공동 32위,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인 세계 1위 고진영은 5오버파 공동 102위로 출발했다. 크리스티 커(미국)와 같은 조로 경기한 고진영은 특기인 아이언 샷이 다소 흔들리면서 버디 없이 보기만 5개를 적었다. 그린 적중률이 50%에 머물렀고 퍼트도 31개나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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