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 중 한 곳으로 지목했다. 강제노역으로 수익을 낸 후 범죄행위에 활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날 한국 정부의 대북 쌀 지원에 대해서는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전일 북한을 향해 제재와 대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데 이어 또다시 경고의 목소리와 유화 제스처를 한꺼번에 낸 것으로 북한과 중국의 ‘전략적 밀월’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2019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최하위 등급인 3등급(Tier 3) 국가로 분류됐다. 지난 2003년 이후 17년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보고서와 관련된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은 국내외에서 북한 주민이 강제노동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며 “그로 인한 수익을 ‘범죄 행위들(nefarious activities)’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범죄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핵·미사일 등 무기 개발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와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의 경고가 폼페이오 장관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미국의 대북 인도적 계획이 있는지 질의하자 “지금 시점에서 북한에 직접적인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또 국무부는 “대북 식량 지원이 정말 필요한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며 “세계식량계획(WFP)이 식량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식량 배분을 면밀하게 감시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강경·유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것은 북중 밀월로 미중 무역 담판과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된 미국의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 국무부는 이날 북중정상회담 관련 입장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평소와 달리 관련 트윗을 날리지 않았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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