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하나금융그룹의 전략 프라이빗 점포인 클럽원센터에는 벤처캐피털·사모펀드(PEF)·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거액자산가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클럽원센터는 최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중인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직방’의 프리IPO 투자에 관심 있는 자산가들을 겨냥해 13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 PB센터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해 고객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해지면서 자산가가 많이 늘어났고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도 모여들고 있다. 그중에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도 있다. 초고액자산가(VVIP) 대상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특정 금융회사의 VVIP 고객이 돼야만 가입이 가능한 독점적 구조에다 특화 금융상품은 기본이다. VVIP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PB 서비스를 운영 중인 삼성증권 SNI도 독점 사모펀드 시리즈를 내놓았다. 기관투자가만 상대하는 콧대 높은 블랙스톤과 같은 글로벌 대체투자전문 운용사들의 펀드들도 이곳에서 가입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MW강남파이낸스센터의 김선아 이사는 “10명 안팎의 주요 고객을 모시고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을 불러 경제동향이나 운용전략 등과 관련한 세미나도 연다”며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있으면 PB가 직접 기업탐방을 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산가들의 최대 고민인 상속·증여, 그리고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 문제까지 도와주는 ‘집사’ 역할도 한다. 무형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산가들끼리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포럼이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해서는 회사의 자금 조달·운영을 맡아주는 IB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PIB’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수요가 많다 보니 VVIP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입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과거에 비해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부자들의 자산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 금융기관에 3억~5억원만 맡겨도 대접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30억~50억원은 넣어둬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PB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VVIP센터의 스타 PB들은 적게는 1,000억~2,000억원, 많게는 조 단위의 자금을 맡아서 관리할 정도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본부장은 “자산가의 돈을 불려주는 것은 PB 서비스의 기본이 됐다”며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PB 서비스는 이제 가업승계, 네트워크 플랫폼 제공, 기업금융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혜진·서은영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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