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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윤석열의 ‘검찰주의’, 청와대에 약일까 독일까

1년여간 변호사 경험, 검찰에 대한 애정 더 키운 듯

역대 검찰총장 후보자 중 첫 '검찰주의자'로 불려

정치적·경제적 고려 않고 법대로 처리하는 자세 지켜와

정권 도덕성에 타격 줄 사건이 발생하면 위험요소 거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오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을 그만둔 적이 있다. 1994년에 검찰에 입직해 한창 일하다가 2002년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할 때 갑자기 옷을 벗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들어간 것. 변호사가 된 윤 지검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으로 내려가 후배들에게 밥을 샀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윤 지검장은 “변호사가 되어보니 검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이 참 많더라”며 후배들에게 열심히 일하라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던 윤 지검장은 태평양에 있던 이명재 변호사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서 1년여만에 검찰로 들어왔다. ‘다시 검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 수락한 것이다. 윤 지검장은 변호사로서도 실력이 출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를 하며 검찰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한 것도 이러한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지검장은 이같은 검찰 사랑으로 역대 검찰총장 후보자 중 최초로 ‘검찰주의자’로 불린다. 검찰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검사 본연의 자세로 업무를 해나가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검찰 내부에서는 윤 지검장에 대해 검찰의 역할과 업무를 침해하려는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을 막아내 독립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지검장의 검찰주의가 검찰과 청와대 간 갈등 요소로 작용하진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조직에 위협이 되거나 하면 윤 지검장이 강하게 반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서초동야단법석




다만 윤 지검장의 검찰 사랑이 조직 자체보다는 검찰의 역할에 방점이 찍혀 있기에 막상 갈등을 빚을 일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지검장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검사선서)”를 수행하는 집단으로서의 검찰을 아낀다는 것이다. 특히 윤 지검장이 어떤 자리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해온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단순히 검찰을 위한다기보다는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세’를 체화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또 윤 지검장은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스타일이기에 오히려 ‘내줄 것은 내주고 지킬 것은 지키자’는 자세로 검찰 개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수통’인 윤 지검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를 약화시킨다는 평가를 받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은 거의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윤 지검장의 검찰 철학으로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오승현기자


그럼에도 갈등의 불씨는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 불거졌을 때다. 윤 지검장은 사건을 처리할 때 정치적·경제적 고려 등 좌고우면하지 않고 증거에 근거해 법대로 하는 스타일이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에서 ‘항명 논란’으로 좌천된 것도 이러한 방식 때문이었다. 이처럼 사건을 가감없이 원칙대로 처리하는 자세는 청와대에 불리한 사건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는 위험요소일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7일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했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였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주의에 근거한 윤 지검장의 이러한 강직함은 언제든 정권을 상대로 발현할 수 있다. 청와대 측은 이런 사건은 없다고 자신한 것일까, 아니면 운에 맡긴 것일까. 윤석열호 검찰의 2년이 주목되는 이유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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