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글로벌 경제가 1,000조원대가 넘는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7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오는 29일 예정된 양국 간 협상이 실패로 막을 내리면 양국의 모든 상호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이 때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말까지 1조 2,000억 달러(1,388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추가 관세 그 자체가 경기침체(recession)를 촉발하지는 않겠지만 경제 성장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별도 정상회담을 열어 공식 무역협상의 재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계획이 중단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의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관세를 집행하면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체로 고율 관세를 확대하게 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미국과 중국이 직접 출혈을 겪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이들 경제 대국의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연쇄 타격을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상무부 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의 품목은 3,800여개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한 기존 관세에서 공급사슬에 엮인 국가들에 대한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현재 고율 관세를 부과받는 품목들을 따질 때 올해 1·4분기에 대만이 30%, 베트남이 20%, 한국이 17%에 달하는 전년동기 대비 판매 증가가 있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관세로 인해 약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이 같은 무역 전환 효과가 무역전쟁의 전반적인 악영향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인지는 불분명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제3국이 얻는 완만한 수출증대 효과는 공급사슬 교란, 미국과 중국의 수요위축이 주는 타격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미·중 무역전쟁에서 GDP에 대한 타격이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국가로 지목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인용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보면 한국 GDP의 0.8%가 미중 무역전쟁의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국인 중국이 3.9%, 미국이 1.3%로 당연히 노출도가 높았고 제3국 중에는 대만이 1.7%,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각 0.8%, 칠레가 0.5%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무역전쟁에 고도로 노출된 국가들에서 수출만 감소하는 게 아니라 자본지출, 제조업계 고용마저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중국, 미국, 태국, 칠레,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등 무역전쟁에 대한 GDP 노출도가 높은 10개국 가운데 8개국은 자본지출 증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지출은 국가 경제의 한 주체인 기업이 건물이나 공장·기술·장비와 같은 자산을 획득, 개선, 유지하는 데 쓰는 자금을 뜻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