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원산지를 속인 뒤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거쳐 원산지를 세탁해 미국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미국의 대중 관세 폭탄을 피해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미국은 현재 총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3,000억 달러 이상의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베트남의 대미 컴퓨터·전자제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6% 급증한 18억 달러 어치에 달했고, 이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같은 품목의 수출 증가율(13%)을 5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컴퓨터·전자제품은 80.8%나 급증한 51억 달러어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베트남의 전 세계로부터 수입 증가율(19%)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계 및 장비 부문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베트남의 대미수출은 54.4%,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9.2% 각각 급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일 베트남 정부가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제품을 ‘베트남산’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트남 세관 당국은 농산물에서 직물, 철강,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10여종의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산인 것처럼 생산지 증명서가 위조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은 최근 몇 개월 동안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중국산 제품의 불법 환적을 확인했다면서 이 같은 회피 행위에 대한 추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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