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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5만건 팔린 달러보험..."환차손 우려" 경고한 금감원

외국계 메트라이프·AIA생명 등

美中 무역갈등 맞춰 과열마케팅

보험금 손실 가능성은 고지 안해





메트라이프와 AIA·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판매해온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최근 1년간 달러보험을 ‘환테크 상품’이라고 홍보하며 5만건 넘게 팔아왔지만 정작 환율변동·해외 금리 하락 등으로 인해 턱없이 적은 보험금을 받을 위험성이 있는데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외국계 보험사들의 달러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금 지급시기가 다가오면 민원 제기에 대한 우려가 클 수 있다고 보고 선제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7일 금감원은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 가입에 따른 유의사항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장기 투자상품인 외화보험을 단기 환테크 수단으로 가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보험료를 납입할 때 환율이 상승하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 수령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750달러, 사망보험금 30만달러인 20년 만기 외화종신보험을 기준으로 가입 당시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라면 첫회 보험료는 약 82만5,000원이다. 이후 환율이 달러당 1,300원까지 오르면 월 보험료가 97만5,00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보험금 수령 시점에 환율이 달러당 900원으로 떨어지면 보험금의 원화 가치는 가입 시점의 예상금액(3억3,000만원)보다 6,000만원이나 적은 2억7,000만원이 된다.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은 메트라이프와 AIA·푸르덴셜 등 외국계 생보사가 국내 생보사 등 5곳이 집중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 판매된 후 5월 말까지 누적 판매건수는 14만건, 보험사들의 누적 수입보험료는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1년간 5만건 이상 판매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금감원은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이 외화보험을 판매하면서 ‘환차익’만 강조하고 장기 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리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확정형 외화보험은 보험 만기까지 고정된 금리가 적용되지만 금리연동형은 매월 공시이율이 바뀐다”며 “아직까지는 미국·중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 외화보험이 유리해 보이지만 문제는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는) 5~10년 후 만기 시점 때 미국 금리가 가입 시점보다 떨어져 있으면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총액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외화 보험은 주로 은행 방카슈랑스 채널과 설계사를 통해 판매되는데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령층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외화보험에 대한 장기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2017년 일본의 외화보험 신계약은 약 60만건을 기록했는데 현지 생보협회와 생보사에 접수된 외화보험 관련 민원이 전년보다 12.3%(2,076건) 급증했다. 금감원은 “금감원에 접수된 (외화보험 관련 불완전판매) 민원은 없다”고 밝혔지만 국내보다 먼저 외화보험 바람이 불었던 일본 사례를 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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