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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사고 파는 시장 확 키워야"

고준호 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은행에 지식재산 기술평가 제공

특허 기업에 대출·투자 연결시켜

아이디어·기술로 사업화 가능한

'IP금융' 환경 마련에 적극 나서

발명가 성공하는 시장 만들 것

고준호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이 21일 한국지식재산센터 내 집무실에서 기업들이 정립해야 할 IP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고준호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이 21일 한국지식재산센터 내 집무실에서 기업들이 정립해야 할 IP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발명으로 성공한 인물을 즉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발명가들이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들도 특허를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고준호(53·사진)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21일 서울 테헤란로의 한국지식재산센터 내 집무실에서 만나 “지식재산을 서로 사고파는 시장을 키워야 한다”며 지식재산(IP)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인 발명진흥회는 지난 1973년 발명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국내 최초의 지식재산 전문기관이다. 발명, 특허 등 지식재산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식재산의 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다. 전국 23곳의 지역지식재산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발명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고 부회장은 지식재산 분야 베테랑이다. 기술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1997년 특허청 심사조정과에서 특허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특허청에서는 반도체심사과장, 통신심사과장을 거친 뒤 특허심사획국장까지 오른 후 2017년 특허심판원장에 임명됐고 올해 1월 발명진흥회 부회장이 됐다. 고 부회장은 발명진흥회에 대해 “특허청에서 25년 지내면서 꼭 오고 싶었던 기관”이라고 말했다.

발명진흥회는 특허청과 함께 문재인 정부 들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은 기관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혁신성장의 핵심 키워드가 지식재산이기 때문이다. 지식재산의 가치를 어떻게 높이고 관리하느냐란 문제는 개인과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지식재산은 기술창업 선순환도 낳는다.

“기업은 자산화할 수 있는 양질의 특허를 많이 창출해서 사업화 자금을 마련하고 이후 수익으로 직접 연결해야 합니다. 필요하지 않은 특허의 경우 시장에 내다 팔게 하면, 지식재산 거래시장도 자연스럽게 활발해집니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창업과 사업화가 가능한 ‘IP금융’ 환경을 함께 마련해야죠.“



고 부회장이 밝힌 IP금융은 기존 담보대출 방식에 대한 일종의 ‘도전장’이다. 그동안 은행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담보대출을 주로 해왔다. 반면 지식재산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하고 받는 IP금융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무리 기술력이 높은 중소기업일지라도 기존 담보대출 관행 앞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다른 중소기업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민간은행 입장에선 기업의 지식재산이 공정하게 평가됐는지 확인해야 대출을 해줄 수 있다. 이같은 ‘공정한 가치평가’를 수행하는 기관이 바로 발명진흥회다.

“2013년부터 지식재산평가센터를 설립해 여러 은행의 기술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술분야별 연구개발을 담당한 교수들과 공공기관의 연구원, 변리사, 공학박사, 시장분석 전문가 등이 기술성, 권리성, 시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노력의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금속가공업체인 한국진공야금은 2017년 IP금융을 연계한 특허기술평가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티타늄 전극용 브리켓을 제조하는 방식과 관련한 1건의 특허는 15억원 규모의 가치로 인정됐다. 그 결과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매출과 고용도 늘었다. 이런 방식의 올해 상반기 IP담보 대출 실적은 벌써 지난해 1년치 실적을 넘어섰다. 하반기 더 많은 성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발명진흥회는 올해 4월 ‘제1회 지식재산 금융포럼’을 열고 금융위원회, 특허청과 7개 은행, 11개 기관은 IP금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고 부회장은 “은행에 리스크를 감수하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며 “대출을 투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고 부회장은 발명진흥회 내 지식재산중개소의 기능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이미 국가지식거래재산플랫폼에는 약 15만건의 거래정보가 축적돼 있다. 지난해에는 특허분석평가시스템인 ‘스마트3’ 내 평가정보를 전면 개방하면서 거래시장을 한 단계 키웠다. 스마트3는 우리나라 민간 IP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고 부회장의 다른 역점사업은 발명교육이다. 아이들이 기존의 주입식 지식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좋은 분야가 발명 교육이기 때문. 일례로 발명진흥회는 지식재산을 고교 선택과목에 도입하기 위해 힘써왔고 그 결과 올해 전국 46개 고등학교에서 신규 독립 교과인 ‘지식재산 일반’이 채택된다. 고 부회장은 “창의발명인재 교육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며 “학교 교육현장, 교육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부회장은 취임 이후 전국 40여곳의 기업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내부 감사기능을 강화해 청렴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일하기 좋은 일터라는 만족감으로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한국은 발명에서 특허로 나아가기 위한 생태계는 잘 조성됐습니다. 다만 지식재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기업이 특허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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