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배너가 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일제히 내걸렸다. 앞서 전날 서울 중구청이 관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1,100여개의 배너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배너를 본 시민들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 방문이 곧바로 생계로 이어지는 상인들 사이에선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에 중구청은 이날 늦은 오후로 예정했던 명동 지역 설치 여부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찾은 명동 쇼핑거리는 최근 한일 간 갈등 국면에서도 중국인과 더불어 여전히 일본인이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 비율을 차지했다. 상인들은 불매운동 등 최근 확산하고 있는 반일 정서를 이해한다면서도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배너를 명동거리에 설치하겠다는 지자체 결정에 대해서는 호응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S화장품 가게의 직원 이모(52)씨는 “개인으로서는 참가하고 싶지만 생계문제가 걸린 일”이라며 “감정적 대응은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다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되돌릴 것도 아닐 것”이라며 “보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할 듯 싶다”고 덧붙였다. T화장품 가게 직원 김모(40)씨도 “최근 매출이 40% 정도 떨어졌다”며 “꼭 이런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상인들 의견을 묻지 않고 배너 설치를 결정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매출 타격을 감당하고라도 감내하겠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거리 초입에서 노점을 하는 이혜정(55)씨는 현금 보관함을 들어 보이며 “최근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20% 정도 매출이 줄었다”면서도 “시작 안했으면 몰라도 이미 일본과의 갈등이 시작된 판국에 우리 상인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이 다섯 대 때리면 한 대라도 때려야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구청은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해 명동거리에 배너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중구의 한 관계자는 “명동은 이날 늦은 오후부터 7일 오전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상인들의 의견을 고려해 시기와 장소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명동 이외의 다른 지역부터 우선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중구는 오는 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 방문·제품 불매를 상징하는 ‘노(No) :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배너 1,100기를 관내 22개 주요 도로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대로 동화면세점부터 덕수궁 대한문 사이에 50기의 배너가 설치됐다.
한편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정오 기준 8,300명의 공감을 얻고 있다. 청원인은 “불매운동에 찬성한다”면서도 “서울 중심에 저런 깃발이 걸리면 일본 관광객들이 모두 불쾌할 것이며 일본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일본의 무역도발에 찬성하는 일본 시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국제여론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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