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을 상징하는 ‘노 재팬(NO JAPAN)’ 배너기를 서울 도심에 내걸었던 서울 중구가 역풍을 맞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철거했다. 국민들 차원의 자발적 흐름인 ‘불매운동’을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조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질타가 쏟아진 탓이다.
중구는 6일 오전10시 서울 세종대로에 일제히 ‘노 재팬’ 배너기 50개를 내걸었다. 전날 관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1,100여개의 배너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배너는 하루를 못 가고 오후에 갑작스레 내려갔다. ‘노 재팬’ 배너기 게양을 주도했던 서양호 중구청장은 이날 오후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로 배너기를 걸었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중구청의 ‘노 재팬’ 배너기가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여 설치된 배너기를 즉시 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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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는 서울 중심지인데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이 관내에 있어 ‘노 재팬’ 배너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중구의 이 같은 행위는 자칫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불매운동은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 재팬’ 배너기가 내걸리자 서 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우려되는 부분들에 대한 의견을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명동 상인들은 반일정서는 이해하지만 ‘노 재팬’ 배너를 내거는 중구의 행동은 섣부른 대응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감정적 대응은 오래갈 수 없다”며 “꼭 이런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상인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배너 설치를 결정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한복판에 노 재팬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1만7,000여명이 공감했다. 이 글을 올린 남시훈 명지대 교수는 “불매운동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서울 중심에 저런 깃발이 걸리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불쾌해할 것이고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하며 일본의 무역도발에 찬성하는 일본 시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욱·변재현·허진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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