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과의 문화교류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수출규제 문제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체육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가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순수 문화교류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체부의 공식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반일운동’에 불을 지피는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본과의 문화교류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제천시의회는 ‘제15회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의 일본 영화 상영 취소를 촉구했다. 8일부터 열릴 영화제의 상영작 127편 중 7편이 일본 영화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제천시의회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민간 문화교류 역할을 하지만 악화한 한일 관계를 고려해 일본 영화를 상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이 경제 보복으로 우리 경제를 흔드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해당 성명은 이상천 제천시장이 “일본 영화들은 순수한 예술작품들”이라며 영화제의 일본 영화 상영을 지지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 시장은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일본 영화가 “아베 정권을 경멸하는 감독의 작품과 순수 인디 음악, 뮤지션에 대한 작품”이라며 “지나친 유추해석과 확장해석은 오히려 본질을 흐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불매 운동 피켓을 들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와 경기도 과천시, 안양시 등 일부 지자체들도 잇따라 일본 자매도시와의 교류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경기도 의회는 1일 “자매결연을 한 일본 가나가와현 의회와 매년 의원 상호방문 일정을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10월로 예정된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일본과의 교류 중단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1~2개월 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온도 차를 보인다. 지난 6월 제주시는 ‘한일해협 연합 시·도·현 스포츠 교류대회’를 열고 한일 청소년 축구단의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강원도 춘천에서도 청소년 문화교류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문화로까지 이어지는 보이콧 움직임에 다수 네티즌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는 아베 정권에 대한 반일(反日)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얼마 전 일본의 압박으로 나고야시 아이치문화센터 전시회에서 소녀상이 철거된 것을 언급하며 “정치적 색을 가지고 문화마저 배척하면 나고야 소녀상 철거한 일본놈들이랑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문화적인 교류를 보이콧하는 것은 ‘가지 말고 쓰지 말자’는 일본 불매 운동 문구와 맞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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