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07억원이 남았다. 여름 휴식기를 끝내고 재개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반기 일정에 걸린 상금액이다. 29개 대회, 총 229억원의 상금 규모로 대장정을 시작한 2019시즌 KLPGA 투어는 오는 9일 개막하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부터 3개월여 동안 12개 대회를 더 소화하며 ‘머니게임’을 이어간다.
이번 시즌 상반기는 최혜진(20·롯데)의 독주로 요약된다. 시즌 4승으로 다승과 상금(7억3,096만원), 평균타수(70.52타) 부문 1위를 달렸다. 주요 타이틀 중 나머지 하나인 대상 포인트에서도 1위 조정민(25·문영그룹·296점)과 단 2점 차 2위에 올라 있다. 2승씩을 거둔 조정민과 이다연(22·메디힐)이 각각 상금 2위와 3위에서 추격하는 형국이다.
각종 타이틀 경쟁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굵직한 대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각 부문 ‘시즌 퀸’의 윤곽은 10월이 지나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총상금 14억원의 한화 클래식이 열리고 특히 10월 한 달 동안 치러질 하나금융 챔피언십,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KB금융 스타챔피언십,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등 4개 대회의 총상금액만도 43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스타트를 끊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원)는 상금 레이스의 판도를 보여줄 풍향계가 될 수 있다. 3주간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재정비한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9일부터 사흘간 제주 오라CC(파72·6,666야드)에서 펼쳐진다.
전반기에 4승을 쓸어 담은 최혜진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신지애(31)의 한 시즌 역대 최다승인 9승과 박성현(26·솔레어)의 한 시즌 최다 상금 13억3,300만원 기록에 도전하는 최혜진에게 하반기 첫 대회는 중요한 시험대다. 좋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휴식을 반납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2주 연속 출전한 그는 지난해 신인으로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좋은 기억이 있다.
상금 랭킹 2위이자 대상 포인트 1위 조정민과 난코스에서만 2승을 수확한 상금 3위 이다연은 다승과 상금 부문에서 최혜진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각오로 출사표를 냈다. 우승 없이 상금 5위에 올라 있는 지난해 다승왕 이소영(22·롯데)은 우승의 물꼬를 틀 때가 됐다며 투어 재개를 기다렸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을 제패한 장타 퀸 김아림(24·SBI저축은행)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 김지현(28·한화큐셀)은 두 번째 우승을 벼르고 있다. 이번 시즌 상금 48위에 처져 있는 통산 6승의 오지현(23·KB금융그룹)은 이 대회 2연패로 반등을 이루겠다는 계산이다. 나란히 1승씩을 거둔 조아연(19·볼빅)과 이승연(21·휴온스)은 각각 포인트 1, 2위에서 신인왕 경쟁을 이어간다.
우승 경쟁의 최대 변수는 후원사 대회에 참가하는 현재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과 전 세계 1위 박인비(31·KB금융그룹)다.
올해 LPGA 투어 메이저 2승을 거둔 고진영은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에 KLPGA 투어 대회에 나선다. 최근 2주 동안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과 브리티시 여자오픈 3위로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2년 전 정상에 올랐던 이 대회에서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지난 2017년 9월 BMW 챔피언십 이후 거의 2년 만에 KLPGA 투어 통산 10승도 채우게 된다. ‘여제’ 박인비는 이 대회 우승에 여섯 번째 도전한다. LPGA 투어 통산 19승의 박인비는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KLPGA 투어 첫 우승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해결했지만 스트로크플레이 대회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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