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국회는 각종 이슈로 시끌벅적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 이야기가 최대 화두였습니다. 때마침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의원 10명은 집단 탈당을 예고해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정계개편이 본격 시동을 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유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에 미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 의원과의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며 “통합 시점은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가 그 당이 정리가 된 뒤”라고 말했습니다. 이 한마디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유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저는 나 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펄쩍 뛰었습니다. 임재훈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잠꼬대 같은 말은 하지 말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르라”고 비난했고 문병호 최고위원도 “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 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금지 신청을 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보수통합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7일 서울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 중 통합의 우선순위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눌 필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정치세력은 한국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한국당은 이날 새 슬로건으로 ‘안보에는 너 나 없다! 뭉치자 대한민국’을 제시하며 당내 통합과 보수통합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실현되려면 난관이 많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한국당 내 ‘친박’ 의원이 약 70%에 달하는 가운데 탄핵 정국에서 한국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으로 나간 인원이 다시 한국당에 돌아오는 데 거부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누구는 한국당에 돌아올 수 있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접근법을 쓰면 아무 일도 안 될 것”이라며 “보수가 하나로 뭉치자는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민주평화당도 정계개편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8일 유성엽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비당권파 10명은 “오는 12일까지 전원 평화당을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동영 대표의 사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결성한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는 오는 12일 공식 탈당 기자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들이 바른미래당 지도부, 호남계와 연대를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대안정치 쪽에서도 최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 내홍 과정에서 이미지가 상해 이들과 연대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대안정치 소속 최경환 의원은 최근 광주CBS와 인터뷰에서 “평화당 내에 있는 다른 중도파나 당권파도 참여 의향을 비치고 있다”며 “무소속, 바른미래당 호남파, 중도개혁파도 (합류를) 생각하고 있다. 20~30명 현역 의원 규모로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교섭단체는 현역 의원 20명 이상의 정당을 말하는데, 이 교섭단체를 새롭게 결성해보겠다는 이야깁니다. 그는 “3년 전에 우리 국민들이 선택한 제3당, 국민의당은 소중한 당이었다”면서도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노선을 이탈하면서 분당이 됐지 않나. 지금의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도 지리멸렬하게 됐다. 3년 전에 국민들이 선택해준 제3당으로 돌아가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보수대통합과 제3지대 혹은 제3당의 탄생. 총선을 앞둔 정치권 태풍의 눈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