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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美中 반목할 때…'거래' 속도 높이는 中日

일대일로에 日 가세 원하는 中

일왕 즉위식 부주석 보내 예우

對美 무역마찰 극복 노림수도

개헌 추진 日 '中 역사 묵인' 필요

7년만에 차관급 전략대화 재개

경제 협력 속 관계 개선 급물살

일각선 "오래 안 갈것" 전망도





일본과 중국이 각각 한국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7년 만에 외교 차관급 전략대화를 재개하는 등 양국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 미국을 견제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일본을 참여시켜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중국의 입장과 헌법 개정을 위해 역사 문제에 대한 중국의 침묵이 필요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속내가 맞아떨어지면서 관계 개선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0월 일왕 즉위식에 중국이 격을 높여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중국과 일본의 밀착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10월 하순에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왕 부주석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을 타도하는 데 공헌한 실력자이자 ‘서열 8위’의 예우를 받고 있는 왕 부주석의 즉위식 참석에 대일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중국은 1990년 아키히토 상왕 즉위식에 공산당 정치국원인 우쉐첸 당시 부총리를 보냈지만 내년 봄 시 주석의 국빈 방일을 앞두고 고위급 상호 방문을 활성화해 대일관계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정치국원보다 격이 높은 부주석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10일에는 중국과 일본이 7년 만에 일본 도쿄에서 외교 차관급 전략대회를 재개했다. 두 나라가 전략대화를 연 것은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국유화를 발표해 양국 간 갈등이 고조하기 직전인 2012년 6월이 마지막이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은 이날 5시간에 걸쳐 차관급 전략대화를 갖고 시 주석의 내년 방일과 관련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두 나라 정상이 지난해 합의했던 ‘중일 신시대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 외교부도 “중일은 오사카 양국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중요한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신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중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9일 중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 참석차 도쿄를 방문 중인 러위청(오른쪽)중국 부부장이 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무상을 만나 중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중국 외교부 캡처




영유권 및 과거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일본과 중국의 급격한 관계 개선을 두고 전문가들은 국내외적으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려는 양국의 입장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제는 일본으로부터 배울 게 없다’고 주장했던 중국이 미중 무역마찰로 경제 전망이 악화되자 다시 일본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취업률 저하가 장기화할 경우 홍콩에서 일어나는 시위처럼 불만이 지도부로 향하는 것을 꺼리는 중국이 일본의 경제협력 관련 노하우가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일본 역시 헌법 개정 논의 본격화를 앞두고 중국에서 역사 문제와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의 경제정책에 협력하는 등 관계 개선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은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 및 안보 등 미국과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고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양국이 손을 잡음으로써 글로벌 정치·경제 분야의 리더 국가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화통신은 “두 나라 모두 자유무역의 주도국으로서 실질적으로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며 “양국은 아시아를 넘어 평화와 발전을 유지해야 하고 다자간 거래 시스템을 유지해 개방적인 글로벌 경제의 구축을 돕기 위해 협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밀월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무라카미 마사토시 도시샤대 교수는 “양측이 더욱 건설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이는 전략적이기보다는 전술적인 관계일 뿐”이라며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 서로 필요로 하지만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 등 중국의 ‘전략적 야망’에 대한 우려가 커 협력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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