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별세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등 5개사로부터 올해 상반기에만 700억원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직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퇴직금 지급률을 적용받아 수십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는 기업 임직원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스톡옵션 차익으로 100억대 이득을 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한진·한진칼·진에어·한국공항 등 5개사로부터 총 701억9,900만원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에서만 510억5,300만원을 수령했고 한진 102억8,000만원, 한진칼 57억7,600만원, 진에어 19억5,500만원, 한국공항 11억3,500만원 등의 보수를 신고했다. 퇴직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한항공 퇴직소득이 472억2,200만원에 달했고 한진과 한진칼에서도 각각 79억8,000만원과 43억3,200만원을 수령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에서만 40년 가까이 근무하는 등 재직기간과 퇴직금 지급률을 더해 금액이 책정됐다.
총 보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다수가 이처럼 막대한 퇴직금을 신고했다. 김창근 전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138억1,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 중 급여는 4억8,900만원에 그쳤고 퇴직금이 123억5,8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퇴임한 구본준 전 LG 부회장도 퇴직금이 98억4,200만원이나 됐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퇴직소득 73억5,127만원을 더해 총 86억1,231만원을 총 보수로 신고했고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은 급여(5억8,400만원)보다 퇴직소득(55억2,800만원)이 10배가량 많았다.
현직에 있는 주요 그룹 오너 중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연봉이 가장 많았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17억5,000만원), 호텔롯데(16억8,400만원), 롯데쇼핑(12억1,400만원), 롯데지주(10억7,200만원), 롯데제과(9억6,600만원), 롯데칠성(7억5,000만원), 롯데건설(5억원) 등 총 79억3,600만원을 상반기에 받았다. 허창수 GS 회장은 GS와 GS건설로부터 각각 43억7,800만원, 22억6,700만원 등 총 66억4,500만원을 신고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에서 각 20억원씩 총 40억원을 보수라고 밝혔다.
이재현 CJ 회장은 CJ, CJ제일제당, CJ ENM 등 3개사로부터 38억5,0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지난해부터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은 LG에서 받은 금액이 32억1,200만원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37억4,000만원, 정의선 부회장은 같은 회사에서 20억원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62억4,800만원을 챙겼다.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총 22억7,900만원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상반기 총보수로 20억4,200만원을 받았다. 두산그룹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각각 13억6,100만원, 7억7,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연봉킹을 차지했던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31억6,700만원을 신고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전문 경영인 중에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5억1,900만원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24억7,600만원을 총보수로 신고했다.
박성도 셀트리온 고문은 스톡옵션을 실현하며 163억8,000만원을 신고했다. 주당 3만1,183원에 행사할 수 있는 주식 9만9,500주를 19만5,500원에 팔아 스톡옵션 차익만 16억5,000만원에 달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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