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는 이용수(91) 할머니가 “한 번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일본에게 사과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14일 남산 옛 조선신궁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서 “거짓말쟁이 아베, 거짓말나라의 아베에게 절대로 한번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사과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이 박근혜 때 비서실장인 이병기와 여덟 번 협상했다고 당시 TV에 나오는 것 보고 깜짝 놀랬다”며 “거짓말로 협상을 해서 돈 10억 엔을 팔고 (우리를) 팔아먹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연설 마지막에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안부 기림비는 손을 맞잡은 세 명의 소녀(한국, 중국, 필리핀)와 이를 바라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했다. 가운데에는 일반 시민이 설 수도 있으며 동상의 손을 맞잡을 수도 있게 기획됐다. 이날 기림비가 제막된 후 이용수 할머니는 동상과 뺨을 맞추고 한동안 동상의 얼굴을 쓰다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에서 ‘위안부 지킴이’로도 불리는 마이크 혼다 전 연방하원의원도 참석했다.
조선신궁터는 일제강점기 조성총독부가 국가 종교신설인 신사,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신사인 신궁을 세운 곳이다. 해방 후 철거돼 지금은 남산공원이 조성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용수 할머니께서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복”이라며 “국적을 불문하고 함께하니 우리가 인권의 보편과 양심에 기초해서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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