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2조원 이상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또 관련 기업에는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대책 민관정협의회 2차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가 지난번에 소재·부품 등 예산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하기로 했었는데 기재부 장관으로서 말하면 총액 기준 2조원 이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개최된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관련 예산으로 정부에 ‘2조원 + 알파’를 제안했다.
그는 “다음 달 3일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예산 편성이 후반전 중에서도 막바지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소재·부품·장비 관련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금을 만든다거나 특별회계를 만들어 관련 예산을 담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예산당국이 검토 중”이라며 “다음주 최종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협의회에서 경제계는 근로시간과 각종 환경 규제 등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연구개발(R&D) 및 기술 부문에서 일본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유연성, 환경 규제 부분에서 기업들의 활동 여건이 우리나라가 최소한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중소기업은 이번이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한다”며 “그러나 R&D 인력 근로시간, 화학 관련 규제를 유연하게 하지 않으면 경쟁력 제고는 곧바로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영계 일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명목으로 노동시간 규정 및 산업안전 관련 노동자 보호장치를 일부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기본권, 생명권, 안전하게 살 권리를 훼손한다고 해서 이번 경제 위기가 극복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한국 사회는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주 52시간제의 기본적인 틀을 흔드는 게 아니라 유지하되, 이번 수출 제한조치로 꼭 필요한 기업에 맞춤형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하고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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