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으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한층 짙어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궁지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연준이 경기둔화에 대처하지 못한 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연준이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와) 다른 나라 사이의 금리 차이가 너무 크다”며 “그들은 아주 멍청한 제롬 파월과 연준에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중국에 대해 대단히 성공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는 연준에 있다”고 중앙은행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자 갈등을 촉발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연준에 돌리며 금리 추가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날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뒤집힌 데 대해 “정상이 아닌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며 “우리는 큰 보상과 수익을 쉽사리 거둬야 하는데 연준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연준이 단행한 네 차례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듯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올렸고 이제는 너무 느리게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도 연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그들은 더 큰 폭으로, 더 빨리 금리를 내리고 터무니없는 양적 긴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통화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연준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주식시장이 더 혼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도 “연준이 통화정책의 신뢰를 잃었다”며 “0.25%포인트 인하로는 효과가 없는 게 확인됐으니 0.5%포인트 이상, 0.75%포인트 정도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고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피델리티도 장단기 금리 역전과 관련해 시장이 연준에 더 많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앤드리아 이넬리 피델리티 투자 이사는 “연준이 시장 기대에 맞춰 한두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시장은 경제에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연준에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제로금리를 거쳐 마이너스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양적완화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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