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에서 지난 7월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가 인기를 끌자 노동조합이 보름 만에 증산에 합의했다. 내수 판매를 회복할 신차 사이클로 일감 확대가 시작된 기아차(000270) 노조가 경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세간의 눈초리를 피해 사측과 협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중순 셀토스 월별 생산량을 3,000대에서 5,000대로 66% 증산을 협의하고 이달부터 생산량을 늘렸다.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차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힌 ‘SP콘셉트’ 모델로 내놓은 셀토스는 지난달 18일 국내 시장에서 공식 판매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입 프리미엄 SUV와 견줄 만한 외관 디자인에 동급 차량 대비 넓은 실내와 편의장치, 주행성능까지 갖춰서다.
사전 계약 대수만 5,100대를 넘었다. 기아차에 따르면 출시 이후 14일 기준 누적 계약만 1만2,550대, 누적 출고 대수만 5,130대에 달한다. 기아차는 광주공장에서 월 생산량을 3,000대로 잡았지만 뜨거운 반응에 출시 전후로 노조와 증산 협의에 들어갔고 5,000대로 생산량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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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사는 증산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기아차 노사가 빠르게 증산을 합의한 데는 우선 위축되는 내수 판매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올해 2·4분기 북미(-4.1%)와 중국(-35.1%) 등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 판매량이 20만대(도매 기준)로 8.1% 증가했다. 정부의 개소세 인하 혜택에다 팰리세이드와 쏘나타 등 신차 효과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아차는 같은 기간 국내 판매가 12만7,000여대로 지난해에 비해 10.9% 줄었다. 대량 판매 모델인 쏘렌토와 인기 중형 세단 K5 등이 현대차 싼타페·쏘나타보다 상대적으로 연식이 오래된데다 신차 효과도 누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흥행을 일으킨 셀토스를 현대차 팰리세이드처럼 잡고 있다간 내수 실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노사의 빠른 결단을 유인했다는 것이다.
노노 갈등도 없었다. 셀토스는 다른 공장과 달리 광주 공장 내에서 생산 속도와 특근만으로도 증산이 가능하다. 셀토스의 생산량을 늘린다 해도 화성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렌토와 K5의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 노사가 올해 말부터 도래하는 신차 출시 예정 시기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곧 신형 K5를 비롯해 모하비 상품성 개선 모델(페이스리프트)이 국내 시장에 나오고 내년에는 볼륨 모델인 SUV 스포티지와 쏘렌토·카니발도 신형으로 바뀐다. 모두 월 판매량이 3,000대를 넘어서는 모델로, 흥행하면 내수 실적 판매로 줄었던 일감이 증가할 수 있다. 도래할 신차 사이클을 대비해 노사가 화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한일 간 갈등으로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 파업 등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노동계가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가올 신차 효과를 기대해 노사가 대립하지 않고 신속히 증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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