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화택시를 인수한 카카오(035720)모빌리티가 택시 회사를 또 인수한다. 가맹 택시사업 등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놓고 모빌리티 시장이 ‘쩐의 전쟁터’로 변모해 자본력이 부족한 창업 초기기업(스타트업)들의 입지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회사 ‘중일산업’을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곧 실사 작업에 돌입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에 정보기술(IT) 접목 시 어떤 운영 효과가 있을지 시범 진행해보려는 차원”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택시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도 이에 발맞춰 기존 택시업계와 함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소재지를 둔 중일산업은 택시면허 82개를 보유한 중형 택시 회사다. 인수가격은 택시 1대당 5,000만원 중반대에서 잠정협의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실사 결과에 따라 금액이 다소 증감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총인수금액은 40억원대로 추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회사 운영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특수목적법인(SPC) ‘티제이파트너스’를 설립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기존 택시 업계와 상생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오는 10월 스타렉스를 활용한 승합차 호출 서비스 ‘라이언택시’를 출시하기 위해 법인·개인택시 조합들과도 협의 중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는 라이언택시의 수도권 지역 시범사업을 위해 설명회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역시 자체적으로 만들 예정인 플랫폼 택시와는 별개로 카카오의 라이언택시에 개인택시 기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라이언택시는 타다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유형이기 때문에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라이언택시가 준비되면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택시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만이 아니다.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도 국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우버는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만 제공하다가 지난 4월부터는 일반 중형택시 호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중심으로 모빌리티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발표 당시 모빌리티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개편안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개편안에 담긴 플랫폼 택시 유형 중 특히 ‘플랫폼 운송사업’은 월별 기여금을 내거나 면허 매입을 위한 일시금을 납부해야 가능하다. 이는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어 스타트업들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있어도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 중소업체들은 이 같은 ‘쩐의 전쟁’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카풀 업체 풀러스의 경우 카풀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국토부의 개편안에 맞는 신사업을 모색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구체적인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존 가맹사업 대표주자였던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한 택시 회사들을 기반으로 가맹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슷한 모델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모빌리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형 사업은 택시 회사 인수 등 자본이 필요해 스타트업들이 시도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분류한 플랫폼 택시 사업유형 중 ‘타입1’인 플랫폼 운송사업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조차도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국토부의 상생안에 대한 실무논의기구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먼저 시장을 장악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실무논의기구를 통해 자금을 쏟아붓지 않고도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마련해주기를 주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좋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도 이를 시행할 수 없게 하는 규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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