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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라운지]"와이프도 내 연봉 몰랐는데..." 난감한 엘리트 증권맨들

회사별 총보수 5억 넘는 상위 5명

이름·금액 등 반기보고서에 공개

CEO·오너보다 더 많은 급여 화제

기부·후원요청 쇄도 불편 호소도





반기보고서 마감일인 지난 14일 엘리트 증권맨들이 여의도 증권가에 회자됐다. 회사별로 총보수가 5억원을 넘는 상위 5명의 이름과 금액 등이 반기보고서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억소리’ 나는 임직원들은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불만도 적지 않다. 개인정보 노출로 사생활이 위협을 받을 정도여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증권가 ‘연봉킹’에 올랐던 김연추 미래에셋대우(006800) 상무보는 올해 상반기 보수로 15억1,9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차장으로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보다 많은 보수를 받았는데, 올해는 최고경영자(CEO)인 최현만 수석부회장(17억7,200만원)에 이어 사내 임직원 1위를 차지했다. 김 상무보의 보수는 대부분이 급여로, 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아니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올해도 김 상무보처럼 CEO나 오너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은 증권맨이 적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의 상반기 보수 톱5에는 CEO의 이름이 아예 없다. 임일우 본부장이 12억7,3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영업고문부터 차장급까지 다양한 직급이 뒤를 이었다. 한양증권(001750)에서도 민은기 부장이 9억6,900만원을 받아 최고 연봉자였다. KTB투자증권(030210)의 이병철 대표(7억5,000만원)는 최성순 상무보(10억2,300만원), 유병수 상무보(10억500만원), 손효선 차장(7억9,500만원)보다 적었다.



6개월 만에 엄청난 돈을 손에 쥐었지만 임직원의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A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로또 1등 당첨자의 신상을 알려주는 경우가 있냐”며 “회사·이름까지 공개돼 힘든 일이 많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연봉 계약서 내용을 외부에 밝히지 않도록 돼 있는데, 회사가 나서서 공개하는 건 무슨 경우냐”며 “이런 법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반기 및 사업보고서에 급여와 상여· 퇴직금 등을 더한 총보수 5억원 초과자 상위 5명의 실명과 항목별 금액이 모두 공개된다. 대부분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대표나 오너부터 상위 임원 순으로 많은 보수를 받지만 금융투자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성과에 따른 보수 체계를 갖춘 증권사나 운용사 특성상 CEO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와 직급·이름까지 모두 공개돼 주변인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기도 하고 동창회나 시민단체·복지단체 등에서 기부와 후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C증권사 관계자는 “아내한테 정확한 급여를 말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알려져 부부싸움의 원인이 됐다는 말도 들었고 돈을 빌려달라는 가족이나 친지·지인들의 요구로 골치가 아프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당초 기업 오너 등의 불투명한 연봉 체계를 공개해 책임 경영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이 제도가 시행됐지만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일반 직원의 이름을 일부 익명처리하거나 등기이사 이상만 공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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