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공동 연구팀이 천으로 만들어 옷처럼 입으면 걷거나 달릴 때 힘이 덜 들게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을 개발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2016년과 2017년 각각 보행용과 달리기용 엑소수트(Exosuit)를 개발했으나 두 기능을 인공지능(AI) 기술로 한꺼번에 쓸 수 있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기욱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공동 1저자)와 김진수 연구원(공동 1저자), 하버드대 코너 월시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16일 사이언스에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부피가 커 착용감이 불편한 기존 웨어러블 로봇과 다르고 걷거나 달릴 때 모두 쓸 수 있는 엑소수트를 발표했다.
이 엑소수트는 천과 와이어 등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 사람의 움직임을 돕는다. 상체에 두르는 조끼와 허벅지에 차는 벨트를 와이어로 이은 형태다. 조끼와 벨트는 모두 천으로 돼 있다. 엑소수트에 달린 와이어의 길이가 다리 움직임에 따라 조절돼 다리에 힘이 덜 들어가게 해준다. 조끼 부분에 관성측정센서(IMU)가 있어 몸의 무게중심 변화를 파악하고 동작을 보조하는 힘을 지원해준다. 등 쪽에는 구동기(actuator)가 있어 착용자의 다리를 보조하는 와이어를 조절한다.
연구팀은 엑소수트를 입고 에너지 대사량을 측정한 결과, 걸을 때와 달릴 때 각각 9.3%, 4.0% 줄일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는 메고 있는 짐에서 6㎏ 정도를 덜어내고 움직이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파킨슨병이나 뇌졸중을 앓거나 수술을 받아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이나 무거운 장비를 든 군인이나 소방관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욱 교수는 “노약자나 재활 환자를 돕고 군인과 소방관 등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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