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3년 만에 100조원 이상 예산을 늘리면서도 정작 조세특례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한 건수는 전 정부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뿐 아니라 세금 예타 면제까지 늘어나 국민 혈세가 철저한 검증 없이 헤프게 쓰인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6면
18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18 기재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 정부 때인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3건의 조세특례 예타 면제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 취임 첫해인 2017년 11건, 지난해에는 9건을 건너뛰었다. 조세특례 예타조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세금을 깎거나 면제해줄 때(300억원 이상) 꼭 필요한지를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다. 즉 세금혜택 정책을 쓸 때 깐깐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프리패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2조7,920억원의 국가재정 부담이 되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의 예타가 생략됐고 3,417억원이 소요되는 자녀장려금, 1,200억원의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투자세액공제 등도 예타가 면제됐다. EITC는 문 정부의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 중 하나다.
당정에 따르면 정부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내년 예산안 증가율을 8.6%대로 잡아 516조원 규모의 초슈퍼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관련법 시행령에는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할 필요가 있는 사항’의 경우 예타 면제가 가능해 이 같은 조치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기재위는 “이 조항에 따르면 어떤 사업이라도 예타가 면제될 수 있다”며 “세제혜택 정책을 꼼꼼하게 따져 실행해야 한다는 재정원칙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의 김광림 2020경제대전환위원장은 “대규모 조세지출의 예타 면제도 예산과 마찬가지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회의 지적을 수용해 예타 면제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예타에 보통 5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정책으로 긴급 대응해야 할 때가 많아 불가피하게 예외 조항에 근거해 면제했다”며 “올해는 면제 건수가 3건으로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세종=황정원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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