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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미세 플라스틱의 역습…'열분해'로 넘는다

비닐 등 폐석화제품 용융로 투입

외부버너 300~400도 간접가열

청정유·가스연료 추출해 재활용

오염물질 배출 없는 신기술 부상

SK이노, 열분해社 손잡고 앞장

정치권도 "타당성 검토·제도화"





㈜제주클린에너지에서 압축된 폐플라스틱·폐비닐을 용융로에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지구촌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석유화학 제품인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열 분해해 원유를 추출해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이 눈길을 끈다.

열 분해 유화(油化) 기술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폴리스틸렌(PS) 등 혼합 고분자 플라스틱을 압축해 산소가 없는 용융로에 투입한 뒤 외부 버너로 300~400도로 간접 가열한다. 이렇게 10~12시간을 열 분해하면 열분해유와 가스가 생성된다. 열분해유는 냉각돼 유수분리조를 거쳐 청정실에서 중질·경질유 분리를 통해 가정용 보일러 등유 수준의 청정유로 탈바꿈한다. 가스는 열분해로의 가열 연료로 사용한다.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며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고 값이 싸고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골칫거리인 폐플라스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셈이다.

페트병 등을 재활용하려면 깨끗해야 하는데 이 기술은 오염물이 좀 섞여 있어도 괜찮다. 농촌에서 골머리를 썩는 폐비닐 처리도 가능하다. 식품용기로 재활용할 수 없는 PET 처리도 상관없다. 다만 폐플라스틱과 섞이면 재활용이 어려운 PVC는 열 분해 방식으로도 안된다.

폐플라스틱을 소각하면 나오는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고형연료(SRF) 발전과도 대비된다. SRF는 열에너지를 지역난방이나 산업용 보일러 등에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폐플라스틱을 파쇄·분쇄해 연료로 사용해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다이옥신 등이 배출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열 분해 기술은 폐플라스틱 압축물을 그대로 사용해 파쇄·분쇄 과정이 생략돼 비산먼지 발생이 별로 없고 황화합물 등 미세먼지 유발물질도 거의 나오지 않아 지난 4월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서 제외돼 있다.



환경 선진국인 독일의 바스프는 열분해 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제품 생산 공정에 필요한 원료 일부를 해당 재활용원료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고 있다. 권태경 한국바스프 홍보팀장은 “식품포장과 같은 높은 품질과 위생기준이 필요한 제품 생산도 가능하다. 유럽에서 포장재 등의 시범생산을 선보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주무부처인 환경부조차 열 분해 기술에 관한 인식 수준이 높지 않아 친환경 연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REC는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인증서를 구입하도록 한 제도이다. 여기에 ㈜제주클린에너지 등 열 분해 기술 업체는 추출된 원유의 판로 확보도 여의치 않아 고민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관급공사에서 추출 원유를 사용한 아스콘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시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에 맞춰 지난달 제주클린에너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추출된 원료를 활용해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김태윤 ㈜제주클린에너지 대표는 “SK 측과 함께 내년부터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열 분해 유화기술로 만든 발전연료가 조달 의무 품목이 돼 발전사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우경 SK이노베이션 홍보팀장은 “현재 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 연료유로 활용하는 단계지만 기술을 보완해 정유·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로 활용할 것”이라며 “플라스틱을 실질적으로 재활용하는 사이클 조성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지난 19일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탄생’이라는 제목의 국회 토론회에서 “타당성을 검토한 후에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유가가 낮아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을 다시 원유로 만드는 방법이 상용화되는 시점이 멀지 않았다”며 제도적·법적 뒷받침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돕고 연구개발(R&D) 수준이 더 높아지면 경제성도 확보될 것이라는 게 한 의원의 생각이다. 앞서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고유가일 때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각광을 받다가 유가가 떨어지면 시들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한편 오는 28~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20개국 180여개 기업·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12회 국제자원순환산업전(조직위원장 이규용 전 환경부 장관)이 열린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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