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23일 서울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랫폼경제종사자 고용 및 근로실태 진단과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는 최대 53만8,000명으로 추산되었다”며 “전체 취업자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보다는 크고 유럽 국가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에서 15세 이상 인구 3만여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시한 표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규모 표본조사를 거쳐 플랫폼경제종사자의 규모를 추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한국고용정보원의 설명이다.
김 팀장은 최근 한 달간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고객에게 노동을 제공하고 수입을 얻었거나 최근 1개월간은 이용하지 않았어도 1년 사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노동력을 제공해 돈을 번 경우를 종사자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성별로는 남성 비중이 전체의 66.7%로 높았고, 연령대는 50대 이상 장년층 비율이 51.2%로 절반을 넘었다. 직종별 분포를 보면 성별 기준 분리가 뚜렷하다. 남성은 남자는 대리운전, 화물운송, 택시운전, 판매ㆍ영업직이 많았고 여자는 음식점보조ㆍ서빙, 가사육아도우미, 요양의료, 청소ㆍ건물관리직이 상위에 있었다.
하지만 플랫폼경제종사자 3명 중 2명은 현재 일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기성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대리운전ㆍ퀵서비스ㆍ음식배달ㆍ택시운전 등 종사자 422명을 대상으로 근로실태를 분석한 결과 34%만이 일자리에 만족한다 답했다고 밝혔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높지 않았다. 네 직종 종사자의 평균 사회보험 가입률은 고용보험 34.4%, 국민연금 53.6%, 건강보험 70.1%였다. 이 중 가입률이 가장 낮은 고용보험의 경우 음식배달(10.2%), 퀵서비스(19.6%) 등 일부 직종에선 20%에도 못 미쳤다. 두 직종은 국민연금 가입률도 각각 34%, 37.8%에 그쳤다.
한편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에 종사자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보험 적용대상을 취업자 전체로 확대하거나 디지털 사회보장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디지털 사회보장이란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가 생길 때마다 고객과 노동자는 거래금액 중 일정 비율을 전체 요금에 덧붙여 보험료로 내도록 하고, 디지털 플랫폼 업체가 이걸 모아서 실업 등 위험에 처한 개별노동자에게 전달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단체협약 체결권 등 법적 권리를 인정하기 위한 검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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