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새 미·중 무역분쟁이 재차 고조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국 증시는 일본과 갈등 상황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극도로 취약해지며 코스피 지수 1,900선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S&P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59% 내렸고, 나스닥지수는 3%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2.37% 떨어졌다. 프랑스와 독일 대표지수는 물론이고 유로스톡스 50지수도 1% 넘게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면전에 재돌입한 것이 글로벌 증시하락의 원인이 됐다. 중국이 23일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기습적으로 밝히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으로 맞불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기업에 즉각 중국의 대체처를 찾으라고 지시하라고 하는 등 장기전에 들어갈 태세다.
이로 인해 2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급락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 시장은 관세 부과 유예 조치로 숨을 돌린 상태였지만 이번 무역갈등 재점화로 1,900선이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과의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자체 불안 요인까지 더해진 상태다. 한국군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이후 독도 일대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에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커, 강대강 대치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재차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은 하락 압력 후 관망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극적인 서프라이즈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지금은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코스피 지수가 1,800선 후반 대에서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믿을 구석이라고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완화뿐인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미팅 연설은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준 상태다. 파월 의장은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의 불확실성과 하방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경제는 현재 양호하며 연준의 목표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변동성은 불가피할지라도 큰 폭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이미 수 차례 조정을 통해 글로벌 증시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금융위기 수준의 밸류에이션에 근접했다”며 “단기 급락은 가능성은 있지만 추세적 하향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미중간 9월 워싱턴 회담 성사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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