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미동맹 균열설 진화에 나섰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는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한(對韓) 압박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며 “이것은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more complicated)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특히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한국 공개 비판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출발하면서 지난 23일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더 관심을 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무부나 국방부가 ‘강한 우려와 실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과는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면서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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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이를 반박하는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실망했다”고 말했고, 국무부도 논평을 통해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지소미아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 “내 모든 참모들에게 그것들(워게임)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싶지만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며 “나는 간섭하고 싶지 않지만 완전한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사유로 북한 청구서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지소미아 종료 등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관계를 의식한 듯 그는 “아베 총리와는 과거 (미·일 정상 간 관계)와 비교해 가장 좋은 관계에 있다”며 타결 직전의 양국 무역협정 협상과 관련 “큰 합의가 임박했다”고 미·일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발언으로 일본의 수출규제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조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익을 훼손한 데 따른 청구서를 문 대통령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 (이번 결정을 재고하는) 힘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미국 내 일각에서는 한국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불거진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 이번 결정이 결부된다면 동맹관계에 더 큰 긴장 상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연합훈련 비용 등을 문제 삼은 사실을 거론하며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부분들에 압박을 높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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