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불륜으로 징계를 받아 강제 퇴직할 처지가 된 남녀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기혼 남성인 A씨가 소속 중앙행정부처를 상대로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같은 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의 불륜 상대인 미혼여성 B씨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여성 하급자 B씨와 3년여 동안 불륜 관계를 맺었다. 이 사실이 발각돼 두 사람 모두 징계에 회부됐고 A씨는 파면, B씨는 해임의 중징계를 받고 불복해 각각 소송을 냈다.
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게 ‘품위유지 의무’를 어긴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A씨에게 내려진 파면이라는 징계는 적정하지만, B씨가 받은 해임 징계는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파면은 공무원이 받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이고, 해임이 그 다음으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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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재판부는 “가정이 있음에도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배우자에게 발각된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다시 연락해 관계를 지속하는 등 비행의 내용과 정도가 가볍지 않고 경위와 동기도 불량하다”며 무거운 징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아내의 민원 제기로 소속 조직의 기강이 저하되고 대외적 평가와 신뢰가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B씨 재판부는 “여러 차례 A씨의 제의를 거절했고, 불륜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그만 만날 것을 요구했다”며 “오히려 미혼인 B씨가 이렇게 행동했다면 배우자에 대한 성실 의무를 부담하는 A씨와 책임이 같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관계에도 업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비위행위가 조직의 공직기강에 미친 영향을 제한적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성실 의무 위반’을 징계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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